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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머와 부조리 그리고 냉소주의가 담겨 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
정재현 2024-02-23

- 영화 전반의 톤이나 숏의 구성이 아메리칸 뉴웨이브 시절의 할 애슈비나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휴먼드라마들을 떠오르게 한다. 1970년대 미국영화들이 당신의 영화 인생과 <바튼 아카데미>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 영화광 틴에이저로 1970년대를 살다가 1979년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땐 공기 중에 모든 명작들이 떠다니던 할리우드영화의 마지막 황금기였다. 그 영화들이 장편 극영화의 원형이라고 머릿속에 저절로 각인됐다. 70년대에 접했던 모든 영화들이 나를 감독으로 만들었고, 나는 당시 보았던 휴먼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지금껏 만들어왔다. <바튼 아카데미>는 구체적 과거가 배경인 나의 첫 시대극이다. 그래서 영화의 질감과 음향뿐 아니라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조형 그리고 영화의 제작 방식까지 70년대풍으로 만들어보려는 실험을 감행했다.

-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보스턴의 풍경도 70년대의 분위기를 재현하고자 노력했을 듯한데.

= 미술감독과 로케이션 매니저 그리고 촬영감독과 협업해 이룬 결과물이다. 50년 전과 동일한 모습을 유지 중인 로케이션을 함께 찾아다녔다. 가끔 디지털 작업으로 표지판을 제거하거나 건물을 없애는 등의 작업을 동반하기도 했다.

- <바튼 아카데미>는 <네브래스카>와 더불어 감독이 작가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작품이다. 기숙학교에 관한 데이비드 헤밍슨 작가의 TV시리즈 기획안을 보고 그에게 먼저 이번 영화를 작업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 그와 어떤 방식으로 협업해갔나.

= 데이비드와 함께 작업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우리는 같은 길을 걸었다. 내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그는 이후 서너 가지의 다른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왔다. 그중 우리가 한 방안을 택하면 데이비드가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그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바튼 아카데미>를 만들어갔다. 내가 감독할 수 있는 영화는 마치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와 같다. 즉 나에게 흥미로운 영화여야 한다. 완성된 작품은 우리 둘에게 꽤 개인적인 산물이 됐다. 데이비드는 시나리오에 자신을 많이 투영했지만 동시에 이 시나리오엔 평소 내가 추구하는 유머와 부조리 그리고 냉소주의가 담겨 있었다.

- 주요 캐릭터인 앵거스로 분한 도미닉 세사의 경우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 도미닉은 로케이션 헌팅을 위해 방문한 디어필드 아카데미의 학생이었다. 당시 디어필드의 연기 교사에게 혹시 우리 영화에 오디션을 보고픈 학생이 있는지 문의했고, 그중 도미닉이 있었다.

- 영화 초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학생들 중 한국인 캐릭터 예준(짐 캐플런)이 등장한다. 이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나.

= 1970년대 당시 미국 사립 기숙학교에는 아시안 학생들이 꼭 존재했다. 어린 학생이 혼자 집으로 돌아가기엔 길이 멀다 보니 그들 대부분은 학교에 머무르곤 했다. 처음엔 인도 출신의 학생으로 설정해뒀지만 마땅한 배우를 찾지 못해 아시아 학생으로 대상을 확장해 배우를 수소문했다. 그때 한국에서 입양된 배우 짐 캐플런을 만났다. 바로 이름을 한국 이름 ‘박예준’으로 확정하고,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짐을 위해 한국어 교사를 고용해 한국어 개인 교습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짐 또한 영화를 찍으며 출신국의 언어를 정확히 표현해내고 싶어 했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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