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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운규의 <아리랑> 리메이크한 이두용 감독 [5]
정리 이영진 2002-09-06

노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필생의 프로젝트무협영화인 <월광무> 말하는 거야? 10년 동안 몇번이나 해보려고 했는데 아직 기회가 안 돼서 못했지. <양녀와 쇼군>도 시나리오만 써놓고 때를 기다리고 있어. 본처가 있는 대마도 도주가 조선 여인에게 반해서 그녀를 납치하고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애를 쓰는 뭐 그런 스케일 큰 로망스야.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 나오는 건데, 뒤에 화랑의 기원이 되는 청년들 이야기야. 전쟁이 나자 호미를 버리고 칼을 들고 나선다는 이야기지. 연개소문 이야기도 괜찮고. 이런 영화를 하고 싶은 건 애국심에 기대서 가거나 역사적으로 재현해보고 싶어서가 아니야. 그냥 비단옷 입고 백마 타고 오랑캐 무찌르고 뭐 그런 이야기를 <인디아나 존스>의 쾌감이 느껴지게끔 만들어보고 싶은 거지. 애들이 아이스크림 빨면서 입 벌리고 볼 수 있는 그런 영화.

미스터리 & 액션그런 형식을 빌리고 취하는 것을 좋아하지. 영화라는 게 양파껍질 벗기는 거랑 비슷해. 미스터리 형식이 주는 ‘의외성’ 같은 거. 절대로 끝을 보이면 안 되면서도 의문이 하나씩 풀리고 전진하는 게 맘에 들어. 액션영화도 비슷해. 선과 악의 대결인데 일반적으로 선을 대표하는 주인공이 이긴다는 답은 다들 알아. 존 웨인이 나오면 게임의 승부는 결정된 거지. 그러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그래서 액션영화가 멜로영화보다 어려워. 콘티할 때면 머리털 다 빠진다고. 관객 손에 땀나게 하는 재미로 하는 거지.

베니스에서의 기억베니스 갔을 때니까 81년인데. 어찌된 일인지 외무부로 초청 연락이 온 거야. 그때 당시에 그런 영화제가 있는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물어물어서 리도섬까지 갔지. 이탈리아 가서 태극기 걸려 있는 걸 보니까 감동이 오는 거야. 그런데 <피막> 상영 끝나고 홀에서 크리틱들과 문답을 하고 그랬는데 ‘지금까지 몇편 찍었다’고 했더니 장내에서 ‘우’ 하는 거야. 나이에 비해 너무 많이 만들었다고. 창피하기도 했지. 촬영은 2주 정도에 끝내고 후반작업은 열흘 안에 마치는 게 다반사였으니까. 내 밑에 조감독만 3팀이나 있어서 다음 작품 준비하면서 대기하고 그랬어.

한용철과 류승완1970년대 중반에 한용철이라는 배우랑 쭉 같이 찍었지. 다른 무술들이 손을 많이 쓰잖아. 근데 이 친구는 태권도가 장기야. 거기다 이 친구 다리가 길어. 그러니까 폼이 나는 거지. 80년대에 황정리라는 친구하고도 몇편 찍었어. 단역으로 출발한 친구인데 나중에 홍콩으로 진출해서 악인 역할로 재미 좀 봤지. 거기서는 발을 잘 쓰는 배우가 없으니까. 돈을 가마니로 벌었을 만큼 잘 나간 거지. 안타까운 건 주인공 아니면 안 한다고 해서 나중에 중국 본토의 서커스 출신들에게 밀려났다는 거야. 지금도 국내에서 그런 친구들 보면 좀더 좋은 조건에서 일했으면 싶다고. 동양배우가 세계적인 스타가 되려면 연기만 가지고선 안 돼.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기능이야. 언젠가 류승완 감독 만났을 때도 그런 친구들이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스쿨 같은 걸 하나 만들어야 한다고 그랬어. 왜 만났냐고?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봤는데 ‘어, 이거 봐라’ 액션이 리얼한 거야. 그 이후에 류승완 감독이 한번 뵙고 싶다고 전화해서 나도 반가웠고 그래서 한번 만났어. 나갔는데 <피도 눈물도 없이>에 형사반장으로 출연해달라고 하잖아. 사진 찍히는 것도 싫어하는데 그걸 어떻게 해. 그래서 못하겠다고 했지. 그랬더니 그 친구가 내 영화 <해결사>의 제목을 따서 영화를 하고 싶다는 거야. 그건 흔쾌히 쓰라고 했지. 용기있는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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