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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산 `상스러운` 예술영화
2002-09-13

삶의 열기는 가득히

<이투마마>라는 제목은 멕시코의 조롱어린 비아냥, “니네 엄마도 마찬가지야”(나 니네 엄마랑도 했어)에서 따왔다. 이것은 알폰소 쿠아론의 상스럽지만 또한 예술적인 코미디에 활기를 돋우는 오이디푸스적 추임새다. 이 영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해변을 찾아 길을 떠난 두 친구의 여정을 그린 코미디다. 그리고 한 열살쯤 많고 훨씬 더 현명한, 불행한 결혼생활에 고통받고 있는 한 여인이 이들 좌충우돌 대마초 중독 청소년들을 동행한다.

뉴욕에 거점을 두고 있는 쿠아론은 이 작품 전에 두편의 문학적인 할리우드영화를 연출한 바 있다. <소공녀>(1995)와 기네스 팰트로, 에단 호크 주연의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 1998)이 그것이다. 이 둘 중 어느 것도, 자신만만하고 준비가 완벽해 보이는 <이투마마>(각본은 쿠아론의 형제인 카를로스가 썼다)로 나아가기 위한 전 단계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고향에서 매우 환대받았고 뉴욕영화제에서도 평단에 큰 히트를 친 <이투마마>는 내 생각에 폴린 카엘이 아주 좋아할 만한 감동적인 작품이다. 얼핏 보기엔 오늘날 할리우드에 흔한 상스러운 섹슈얼 슬랩스틱으로 가득한 단순 오락물 같지만 말이다.

십대들이 서둘러 짝짓기에 돌입하는 첫 장면으로부터 <이투마마>는 사춘기적 에너지를 발산한다. 주인공은 상류층의 테녹(디에고 루나)과, 그보다 덜 풍요롭고 더 불안정한 친구 훌리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이탈리아로 떠나는 여자친구들을 공항에서 배웅하고 돌아오는 이들의 머릿속은 벌써 후끈하다. 애인들을 떠나보내고 저희들끼리 남겨진 채 흥분에 가득 찬 이 두 녀석은 이국적 용모의 스페인계 여인인 테녹의 외사촌 루이자(마리벨 베르두)를 만나게 되자, 어떻게 이 여름을 즐겁게 보낼 것인지 궁리하기 시작한다.

루이자는 뜻밖에, 해변의 파티를 향한 이들의 서툰 초청에 쉽게 응한다. 그녀는 두 녀석들이 꿈에서나 그려봤음직한 완벽한 여성상이지만, 베르두는 잘 까불면서 서로를 끊임없이 견제하는 두 강아지 사이에서 의도적으로 왔다갔다해주는 예리하고 섹시하면서 코믹한 캐릭터를 잘 만들어냈다. 쿠아론 형제는 루이자라는 캐릭터를 만든 목적이 디어스엑스마키나(deus ex machina, 다급할 때의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런 해결책)임을 숨길 수가 없기에 아예 대놓고 나간다. 그녀가 그들에게 성생활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며 놀리자 그들이 찬 자동차는 과열로 터질 지경이다(그리고 그녀의 솔직한 유혹 테크닉 때문에 영화도 과열로 터질 지경이다). 하지만 루이자의 에로틱한 임무는 쾌락보다는 설교로 향한다. “어린것들이랑 놀다가는 기저귀나 빨게 돼.” 그녀는 나중에 스스로에게 타이른다.

<이투마마>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오락물이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었지만, 루이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두 녀석의 마악 피어나려는 남성우위의 권위의식을 꼬집어 비틀기를 잊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영화의 로드 트립은 훌리오의 어릿광대 같은 웃음을 통해, 멕시코사회의 여러 관계나 구조, 계급간의 문제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자연스럽게 관찰한다. 마치 자기 영화가 주인공들만큼이나 대책없이 수다스럽기만 할까봐 걱정했던 양, 쿠아론은 짧게짧게 자주 브레이크를 도입한다. 입에다 모터라도 단 듯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허접한 잡담과 조병(躁病)에라도 걸린 듯한 잦은 발작들은 초기 누벨바그영화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전지적 시점의 상황설명 보이스오버에 의해, 혹은 내러티브에 강조점들을 찍어주는 조용한 수중 숏들에 번갈아 잠기거나 하면서, 균형잡혀진다.

지난해에 나온 지나치게 길고 지나치게 긴장해 있는데다가 지나치게 칭찬받은 <아모레스 페로스>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차가운 콩요리를 다시 튀겨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보다 더욱 펑키하고 부드러운 <이투마마>는 <비비스 앤 벗헤드>뿐 아니라 <줄 앤 짐>을 상기시키며 이 쉽지 않은 장르를 재조명하는 데 있어 더욱 사려깊은 자세를 취한다. 이것은 멕시코에서도 훌륭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이투마마>를 멕시코 역사상(미국으로 치자면 R등급에 해당하는 분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기있는 영화 자리에 올려놓았다. 재능있는 촬영감독 에마뉘엘 루베즈키가 찍은 <이투마마>는 쿠아론의 시대극들보다 모습이 더 분명하고 또 활력 넘친다. 이것은 오리지널 아메리칸 로드무비의 매력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 또 동시에, 쿠아론 형제 고국의 수려하고 허름한 풍광을 즐거이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멕시코에 살아서 다행이야.” 루이자가 말한다. “삶의 생기로 가득한 숨결을 봐!” 이 똑같은 표현을 영화에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짐 호버먼/ 영화평론가·<빌리지 보이스>

* (<빌리지 보이스> 2002.3.19. 짐 호버먼은 미국 영화평단에서 대안영화의 옹호자로 가장 명망이 높은 평론가로 <빌리지 보이스>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씨네21>과 <빌리지 보이스>는 기사교류 관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