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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영화 페스티벌

서울과 광주에서 열려, 루이스 브뉘엘 등 거장 작품 한자리에

루이스 브뉘엘, 카를로스 사우라,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 스페인의 거장들이 만든 영화가 한자리에 모인다. 오는 3월1일부터 14일까지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3월8일에서 21일까지는 광주극장에서, 2주씩 열리는 ‘스페인영화 페스티벌’은 미지의 걸작을 만나는 귀한 경험을 제공한다.

문화학교서울이 스페인대사관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영화제에서 첫눈에 들어오는 이름은 루이스 브뉘엘. 지난 2000년 12월, 회고전으로서 보기 드물게 많은 관객을 불러모은 브뉘엘 탄생 100주년 영화제를 기억한다면 당시 상영작에서 누락됐던 <절멸의 천사> <사막의 시몬> <비리디아나> <트리스타나> 등 4편의 영화에 눈길이 머물 것이다. 종교의 엄숙주의를 풍자한 <절멸의 천사>와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의 멕시코 버전이라 불릴 만한 <사막의 시몬>은 브뉘엘이 멕시코에서 만든 영화이며, 1961년작 <비리디아나>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나 신성모독이라는 이유로 바티칸의 비난을 받았던 작품이다. 수녀가 걸인에게 성적 수모를 당하는 장면이 들어 있는 <비리디아나>는 스페인 내에서 상영이 전면금지되는 사태를 맞았고 그뒤 브뉘엘은 스페인을 떠나 멕시코에서 영화제작을 계속했다. 1970년작 <트리스타나>는 브뉘엘이 <비리디아나>의 스캔들 이후 떠나 있던 스페인에 다시 돌아와 만든 작품. 젊은 여성에게 매혹되는 노년의 남자라는 브뉘엘 특유의 이야기가 페르난도 레이와 카트린 드뇌브의 탁월한 연기에 힘입어 다시 한번 은밀한 매력을 발휘한다.

브뉘엘 이후 스페인의 대표적 감독으로 손꼽히는 카를로스 사우라 영화는 2편이 상영작에 올라 있다. <사촌 앙헬리카>는 회상장면을 플래시백을 사용하지 않고 처리하면서 쓸쓸한 상실의 정서를 담은 작품이며, 사우라의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영화로 손꼽히는 <까마귀 키우기>는 <떼시스>의 아나 토렌트가 아역으로 등장하는 성장영화다.

국내에선 매우 낯선 이름이지만 루이스 가르시아 베를랑가의 영화도 주목할 만하다. 50년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영향으로 꽃핀 스페인영화의 반항기를 주도한 베를랑가의 <사형집행인>은 60년대 스페인영화를 대표하는 작품. 이번 영화제에선 그의 1993년작인 <모두 감옥으로>도 만날 수 있다.

일본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가 빔 벤더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과 ‘1973년 세대’라 이름 붙인 빅토르 에리세는 1973년 <벌집의 정령>으로 데뷔한 감독. 이번에 소개되는 <벌집의 정령>과 <남쪽>은 10년 간격으로 만들어진 그의 첫 영화와 두 번째 영화로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소녀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벨라스케스 혹은 베르메르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회화적인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기게 되는 작품들.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는 <정열의 미로> <어둠 속에서> <내가 뭘 한 게 있다고?> <욕망의 낮과 밤> 등 4편이 상영된다. <정열의 미로>는 추방당한 아랍 황제의 아들이 게이 테러리스트를 피하기 위해 펑크로커로 변장했다가 록그룹 멤버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이며 <어둠 속에서>는 마약중독자인 어느 여가수가 수녀원에 몸을 숨긴 뒤 원장수녀의 권유로 수녀원에서도 문란한 삶을 계속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두 영화가 알모도바르의 초기영화다운 언더그라운드 캠프미학과 도발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라면 <내가 뭘 한 게 있다고?>는 비평가들의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됐던 영화.

이마놀 우리베의 <지나간 날들>과 훌리오 메뎀의 <북극의 연인들>도 낯설지만 흥미를 가질 만한 작품들. <지나간 날들>은 바스크 분리주의자가 등장하는 스페인의 사회파영화이며, <북극의 연인들>은 연인의 운명을 퍼즐처럼 직조한 러브스토리다. 이 밖에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오픈 유어 아이즈>와 스페인의 새로운 감독들이 만든 단편 3편(<아키소> <아나와 데이비스 햄버거> <사냥꾼>)이 상영작 목록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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