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낭만적인 킬러들의 코믹 버디무비, <투 터프 가이즈>

어쩌다보니 킬러가 된 스페인식 ‘못 말리는 삼인조’.

<투 터프 가이즈>는 소박하다. 인물들의 세련된 말발이나 치밀하고 긴장감 넘치는 사건도 없다. 이야기의 구조는 느슨하기 짝이 없고 인물들은 킬러로서의 직업정신이 무색할 정도로 모자라 보인다. 이야기의 단조로움에 더해 촬영마저 촌스럽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 영화가 내세우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불완전함인 듯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엉뚱한 상황과 인물들의 어이없는 대응. 우연한 요소들의 맞물림에서 나오는 불완전함의 미덕이 웃음을 유발한다. 그 웃음은 황당한 낄낄거림에 가깝다.

삼류 킬러로 근근이 살아가는 빠꼬(안토니오 레시네스)는 그 지방 도시의 대부로 불리는 로드리고(마누엘 알렉산드레)의 빚 독촉에 시달린다. 로드리고는 빠꼬에게 돈을 갚는 대신 자신의 조카 알렉스(조르디 빌체스)에게 일을 가르쳐줄 것을 요구한다. 고민 끝에 빠꼬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알렉스가 끌어들인 따띠아나(엘레나 아나야)까지 떠맡게 된다. 빠꼬 일행은 술집에서 만난 한 노인으로부터 억만장자의 상속녀를 납치해서 몸값을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나 이 노인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빠꼬 일행은 도시를 움직이는 진짜 조직과 맞서게 되고 의도하지 않은 사건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빠지고 만다.

스페인 내에서 이미 상당한 흥행수익을 올린 <투 터프 가이즈>는 굳이 분류하자면 코믹 버디무비에 가깝다. 일반적인 킬러영화에서 사건을 지배하는 인물들의 냉혹함 혹은 대부분의 버디영화가 지향하는 주인공들의 수다스러움은 이 영화의 초점이 아니다. 알고보니 순진하고 덜떨어진, 심지어 낭만적인 킬러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개성 강한 캐릭터가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다. 영화는 주인공 몇명에게만 입체성을 부여하는 대신 등장인물들 모두에게 사건의 실마리를 부여한다. 그에 따라 이야기는 강한 하나의 줄기가 아니라 다양한 가지들로 엮인다. 물론 이에 따라 영화에서 한순간의 클라이맥스나 파격적인 막판 반전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자잘한 반전과 사사로운 사건들의 총집합이 끔찍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깜찍한 킬러영화를 만들어낸 듯싶다. 실수투성이 애송이가 어느 순간 갑자기 날렵한 총잡이가 된다는 식의 무리한 설정 등만 눈감아준다면, 이 아날로그적 킬러들은 매우 잔혹한 살인조차 어이없고 우습게 만드는 재주를 보여준다.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폼잡는 킬러들에게 싫증이 났다면, 유치하고 원초적인 이 킬러들의 느슨함에 눈길을 줄 만하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