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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10년 만에 최대로 치른 한국영화제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열린 한국 영화사 50년 회고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전경

시네필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한국영화 50년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1월5일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를 개막작으로 시작한 이번 회고전은 “50편의 영화로 되돌아보는 한국 영화사 50년”(Cinquante ans de cinema coreen, Cinquante films)이라는 주제로 주불한국문화원과 영화진흥위원회의 협조를 받은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주관 아래 열리고 있다. 오는 2월2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고전은 지난 94년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 회고전 이래 10년 만에 열리는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최대 규모의 한국영화제이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사라져가는 영화 유산의 발굴과 보존을 위해 1936년 앙리 랑글루아에 의해 창립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라는 영화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자유부인> <지옥화> 등 1950년대 영화에서부터 <오발탄> <이어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넘버.3> 등 90년대까지의 시대별 대표작은 물론 <살인의 추억> <나쁜 남자> 등 2000년대 영화까지 총 50편의 한국영화가 하루에 2~3편씩 상영되고 있다.

행사 포스터

최근 들어 한국영화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고, 영화에 각별한 관심을 지닌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영화는 강한 생명력과 강렬한 정서를 담고 있는 독특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한국영화는 상업영화와 개인적 작품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지점을 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바로 이 새로운 지점이 급변해온 한국사회의 정치적·역사적 상황을 따라 늘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찾아온 결과이기에 한국 영화는 꿈틀거리는 욕망과 에너지를 담고 있는 새로운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영화제에서 최근 계속되고 있는 수상과 점점 늘어나는 프랑스 내의 한국영화 개봉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영화는 프랑스 관객에게 단편적으로 다가갔던 것 또한 사실이다. 임권택, 홍상수, 이창동, 김기덕 등 주요 감독들의 영화가 프랑스 내에서 나름대로의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최근 몇몇의 젊은 한국감독들의 영화가 프랑스 관객과 만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영화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접근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프로그램 편성 책임자인 장 프랑수아 로제는 이번 행사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프랑스 관객은 최근 프랑스에 소개되고 있는 새로운 한국영화에 매우 관심이 많다. 지금의 한국영화를 이해하려면 한국 영화사에 대한 역사적인 접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한국영화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회고전을 통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한국 영화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어줄 수 있는 역사와 배움의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회고전을 계기로 <카이에 뒤 시네마>는 1월호의 특집기사 외에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와 공동으로 “한국영화 50년”(Cinquante ans de cinema coreen)이라는 제목의 자료집을 발간했는데, 연대기별 대표작과 감독을 중심으로 발행된 이 책을 통해 한국영화의 지형도와 영화사적 흐름을 짚어볼 수 있다.

시네필의 상징적 공간이며 영화 발굴과 보존의 요람인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1963년 이래 수많은 시네필들에게 소중한 장소가 되어온 샤이오 상영관.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샤이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베르시로 이전한다. 그리고 이번 회고전이 샤이오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프로그램이 될지도 모른다. 그 역사적인 장소에서 펼쳐지는 한국 영화사 50년 회고전. 이제 한국영화가 유행을 타거나(a la mode) 문화·외교적 차원의 단편적 소개를 넘어 역사성의 담보라는 기반 위에서 반세기 영화사의 진정한 의미를 통해 프랑스 관객과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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