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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사람들 [2] - 그림커뮤니케이션
사진 정진환박혜명 2005-03-22

장르별 포맷 깨보고 싶다

“그림커뮤니케이션의 개성은 재기발랄함이다. 그래서 코미디류의 통통 튀는 영화가 그쪽 팀하고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서도 기존의 전형적인 방법을 잘 쓰지 않는다. 키치적인 요소나 방법을 도입해 잘 활용한다. 그런 점이 많이 어필을 했던 팀인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포스터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걸 디자인적인 요소로 가장 커버를 잘하는 팀이다. 순발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김미희 좋은영화 대표)

히스토리

그림커뮤니케이션은 2000년 7월7일에 태어났다. 광고디자인사의 디자인팀장으로 이미 영화 포스터 작업을 해오던 배광호 실장은 그 팀의 해체와 함께 다른 지인들과 회사를 꾸렸다. 초기에는 멜로물 작업이 주를 이뤘고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미술관 옆 동물원>(1998), <와니와 준하>(2001) 등 그의 포스터들은 대부분 사진 자체의 감성을 살려 여백도 말을 하게 하는 서정적인 풍경화에 가까웠다. 최근 들어 이곳은 로맨틱코미디가 주로 요구하는 ‘귀엽고 발랄한 포스터’ 작업에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것은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우울한 창고 안에 덜렁 놓인 책상, 맥빠진 권상우와 눈에 힘준 김하늘의 표정, 김하늘이 닭집 딸로 등장하는 점에 착안해 동원한 사방의 닭들, ‘닭대가리 잡는 데는 내가 전문’, ‘모르면 일단 물어봐’ 등 가학적 코드와 단어의 중의적 의미가 뒤섞인 카피 등이 깜찍하게 조화를 이룬 이 포스터는 영화의 흥행과 함께 그가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감각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세트까지 직접 제작한 이 포스터 이후 <그녀를 믿지 마세요> <영어완전정복> <아는 여자> <B형 남자친구> 등 과거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작품들을 의뢰받게 됐다. 배광호 실장은, 대학 졸업후 4년간 어린이 TV프로그램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경험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타일

“포스터는 마케팅 도구다. 갤러리에 전시하는 개인 아트물이 아니라. 그래서 비주얼 작업에서도 관객에게 영화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전략적인 방식을 선호한다.” 포스터 작업에 있어 그는 자신의 미적 주관보다 “마케팅 도구로서 포스터가 가진 1차적 목표를 완수할 것”을 앞세운다. 느린 말투로도 짧은 시간에 알찬 대답을 내놓는 말솜씨와 더불어 마케팅에 예민한 촉수를 가진 그는 포스터디자인을 하면서 카피를 직접 쓰기도 했다. <꽃섬>의 ‘생각도 못했어… 내게도 날 수 있는 꿈이 있다는 걸’, <와일드카드>의 ‘독 오른 신참형사, 강력계 데뷔전’, <여선생 vs 여제자>의 ‘개교 이래 최대의 연애사건’ 등이 그가 쓴 구절들.

‘포스터는 마케팅 도구’라는 인식에 워낙 충실한 반면 그가 꿈꾸는 시도는 꽤 파격적이다. “장르 파괴적인 포스터를 만들어보고 싶다. 포스터에도 영화 장르별로 포맷이 존재한다. 멜로는 멜로다워야 하고 액션은 액션다워야 하고 코미디는 코미디다워야 하는 룰. 그런 걸 깨보고 싶다. 예를 들어 멜로영화인데 웃겨 보이고, 액션영화인데 슬퍼 보이고.” 이질적인 사물들간의 조합, 장소와 사물간의 부자연스러운 공존 등이 주는 느낌을 좋아한다는 배광호 실장은, 배경과 강렬한 보색 대비를 이루는 색깔로 단 한줄의 카피만 박은 텅 빈 메인 포스터, 수많은 엑스트라들을 구겨넣은 포스터 등도 꿈의 프로젝트에 추가했다.

언포게터블

“<어린 신부> 포스터는 ‘귀여운 섹시 코드’를 부각시키고 싶었다. 제목 자체가 상상력을 불러일으켰고, 롤리타 콤플렉스를 결부시키면 남성 관객을 유인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너무 과하면 여자 관객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귀여운 정도로 수위를 조절하게 된 것이다. 포스터에 침대까지만 넣고 그 이상은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갔다.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인형사> 포스터도 공을 많이 들이고 여러 가지를 실험한 경우다. 공포영화 포스터에 좀처럼 쓰이지 않는 흑백 사진을 메인으로 찍었다. 그리고 인화한 사진에다 재봉질을 하고 스태플러를 찍고 철사를 감은 다음 그것을 재촬영해서 포스터에 썼다. 하지만 영화는 결과론적인 부분이 많다. 영화가 흥행이 안 되니까 포스터도 사람들 기억 속에 오래 안 남는다는 게 가장 아쉽다.”

대표작

2005년 <공공의 적2> <말아톤> <B형 남자친구> <댄서의 순정> 2004년 <여선생 vs 여제자> <> <알포인트> <인형사> <인어공주> <아는 여자> <어린 신부> <그녀를 믿지 마세요> 2003년 <동갑내기 과외하기> <똥개> <와일드카드> <오구> 2002년 <오버 더 레인보우> <일단 뛰어> <마들렌> 2001년 <와니와 준하> <꽃섬> 2000년 <반칙왕> <동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