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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무용수들의 재기담, <더티 댄싱2>
김도훈 2005-03-29

이름만 <더티 댄싱>인 늙은 무용수들의 재기담.

<더티 댄싱2>는 한물간 무용수들의 재기담이다. 천재 안무가 알렉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무용단은 추모공연을 계획한다. 한번도 세상에 내보이지 못했던 알렉스의 작품 <침묵의 몸짓>을 소화해낼 수 있는 무용수는 초기 멤버였던 크리사(리사 나이미)와 트래비스(패트릭 스웨이지), 맥스(조지 드라 페나)뿐. 7년 전 <침묵의 몸짓>을 연습하던 중 사고로 뿔뿔이 흩어졌던 세 사람은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꾸며 연습실에 모인다. 하지만 지난날의 용병들은 늙고 지친 몸과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남몰래 트래비스의 아이를 키워온 크리사와 스스로의 에고로 가득한 트래비스는 ‘파르되(주인공들의 2인무)’를 온전히 소화할 수 없고, 맥스는 늙은 무용수로서의 육체적인 한계에 다다른다. 세 사람은 과거를 극복하고 또다시 무대 위에서 만개할 수 있을까.

<더티 댄싱2>는 낡은 퇴물들이 또 한번 생의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는 과정에 대한 영화다. <열정의 무대>(2000)처럼 무용수의 세계를 다룬 영화들은 빈곤한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매혹적인 육체적 순간들을 지니고 있다. 리사 나이미와 패트릭 스웨이지는 전문 무용가로서의 기량을 여기에 모두 쏟아붓고, 젊은 육체들 사이에서 땀흘리는 늙은 육체는 화면을 끊임없이 주시하도록 만든다. 문제는 익숙한 장르의 공식도 제대로 따르지 못할 만큼 헐거운 각본과 연출이다. 늙은 무용수들에게 주어진 좌절과 극복의 순간들은 상투적인 멜로드라마에 머물고, 교육방송 프로그램처럼 느슨한 카메라의 움직임은 열정적인 안무에 관객을 매혹시킬 만한 힘을 좀처럼 싣지 못한다. 영화의 감독·각본·제작을 맡은 무용수/배우 리사 나이미는 전설적인 무용수 루돌프 누레예프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었겠다. “파르되는 사랑의 대화지만, 한쪽의 능력이 부재할 때 대화는 존재할 수 없다.” 열정적인 파르되를 극장용 장편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잘 짜여진 안무를 만드는 것 이상의 세심함이 필요하다.

사실 ‘더티 댄싱’이라는 제목이야말로 영화를 오해하는 첫 번째 키워드다. <더티 댄싱2>의 원제는 ‘One Last Dance’. 2003년에 만들어진 이 캐나다영화는 <더티 댄싱: 하바나 나이트>(2004)와는 달리 오리지널 <더티 댄싱>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패트릭 스웨이지와 아내인 리사 나이미가 사랑을 속삭이듯이 만들어낸 <더티 댄싱2>는 금실좋은 부부의 야심없는 기념품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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