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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를 향한 여성적 독해, <자유를 향해>

<EBS> 7월9일(토) 밤 11시40분

고다르 감독의 <비브르 사 비>(1962)는 보석 같은 작품으로 남아 있다. 한 여성이 서서히 전락하고 거리의 여성으로 살게 되며 마지막에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내용이다. <비브르 사 비>는 당시 고다르 감독의 실제 부인이었으며 주연배우였던 안나 카리나에게 바쳐진 한편의 연서와도 같은 영화다. 그만큼 여배우의 모습을 기이한 신비로움이 깃든 자태로 그려낸 영화는, 흔치 않다. <자유를 향해>는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한 소녀가 우연하게 극장에서 흑백영화 <비브르 사 비>를 보고 자신만의 영화로 대하면서 겪는 위트있는 에피소드를 담은 것이다.

1960년대 캐나다, 안나의 가족은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다. 아버지는 체스로 허송세월하는 가장이고, 어머니는 매사에 지쳐 있는 가운데 툭하면 자살을 기도한다. 어머니는 자칭 시인인 아버지의 시를 타이프하느라 정신없다. 전당포 주인이 안나 가족들 이름을 다 외우고 있을 정도로 이들은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안나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비브르 사 비>가 상영되는 극장 안으로 들어간다.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안나의 눈은 영화의 주인공 나나를 연기하는 안나 카리나의 얼굴에 고정된다. <자유를 향해>는 안나라는 이름의 소녀의 성장담이자 괴팍해 보이는 안나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했듯 <비브르 사 비>라는 영화다. 흑백화면으로 보여지는 <비브르 사 비> 속 여주인공이 “난 내 삶에 책임이 있어”라고 뇌까릴 때, 소녀의 입술은 그녀를 따라 움직인다. 안나 카리나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나나’라는 캐릭터가 인생에 들어오면서 소녀 안나의 삶은 변화한다. 소녀는 나나의 대사를 암기하고 학교 숙제로 <비브르 사 비>에 관한 글을 제출하며 나나처럼 춤을 추기도 한다. 그리고 안나 카리나와 분위기가 닮은 학교 여교사를 따른다. 영화 <비브르 사 비>가 다큐멘터리와 영화 사이의 경계를 서성였다면, <자유를 향해> 속 안나는 영화와 현실이라는 경계, 그리고 소녀와 여성이라는 경계 사이를 오간다. 하지만 ‘나나’처럼 거리의 여성의 운명을 지니고 파멸하는 대신, 안나는 좀더 희망적인 길을 택하게 된다. 한편의 영화처럼.

스위스 출신인 레아 풀 감독은 캐나다로 이주해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단편인 <호텔의 여인>(1984)으로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이 영화부터 레아 풀 감독은 여성들의 연대, 근친상간 등의 주제를 풀어낸 바 있다. 한 중년 여성의 일상을 담은 <안느 트리스테>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야만의 여성>과 <상실의 시대> 등 여성들의 진솔하고 대담한 이야기를 담은 소품을 쉬지 않고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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