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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에서 헤엄치기도 피곤해!
2001-07-19

햇살을 데려온 여인. 비구름이 거짓말처럼 걷힌 부천에 당도한 <뉴질랜드 이불 도난사건>의 헤로인 다니엘 코맥은 열 시간의 여행에서 막 빠져나왔다고 믿기 힘든 싱싱한 눈빛으로 대화에 응했다. 연기 경력이 20년을 헤아리는 코맥은 부천을 찾지 못한 해리 싱클레어 감독 대신 <뉴질랜드 이불 도난사건>을 소개하는 사명에 퍽 진지했다. 코맥이 처음 싱클레어 감독을 만난 것은 1997년. 그의 영화 <토플리스 여자들, 인생을 논하다>에 출연했던 그녀는 덕분에 <뉴질랜드…>에서 촬영 직전에야 대사를 건네주는 감독의 작업 방식에 겁먹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말마다 “다음 주에는 무슨 변고를 당하려나”하는 두려움에 떤 건 사실이라고. 그래도 우유 속에서 헤엄치는 것 정도는 몸에 좋은 경험 아니냐고 묻자 “실은 물에 탄 분유라 며칠이나 악취에 시달렸다”고 웃는다.

1999년 3회 부천영화제에 그녀의 출연작인 <베이비> <시암 선셋>이 나란히 초청된 바 있으니 마침내 코맥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한 <뉴질랜드…>는 그녀의 세 번째 ‘출품작’인 셈이다. 누구 못지 않은 페스티발 레이디 감 아닐까 했더니 한국말이 서툴러 셔틀 버스 안내 방송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한다. 닮은 구석이 많은 <시암 선셋>과 <뉴질랜드…>를 견주어본다면? “마술적인 리얼리즘이 깃든 발상은 비슷하지만, 각본 없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내러티브를 분방하게 펼쳐가는 <뉴질랜드…>는 꽉 짜인 영화 <시암 선셋>과 다른 점이 더 많다. 관객을 만날 때마다 이 영화가 낳는 해석의 폭에 놀란다”는 것이 코맥의 자랑섞인 대답이다. 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