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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들의 익숙한 영웅담, <발리언트>
오정연 2005-07-19

2차대전 무렵,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비둘기들의 익숙한 영웅담.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 90년대를 풍미했던 디즈니의 셀애니메이션처럼 익숙한 동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도 아니다. <슈렉> 등 3D애니메이션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미덕으로 여겼던 대중문화의 인용도 찾아볼 수 없다.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비둘기부대가 존재했다는 사실에서 착안한 3D애니메이션 <발리언트>가 지닌 무기는 아주 소박하다. 애국심, 동료애 등 전쟁에서 빛을 발하는 고전적인 가치가 그것이다.

‘용맹스런, 혹은 영웅적인’이라는 뜻의 이름이 잘 어울리는 작은 체구의 비둘기, 발리언트(이완 맥그리거).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메신저 특공대에 들어간다. 고문과 협박을 이겨낸 특공대장 머큐리(존 클리세), 혹독하게 부대원들을 훈련시키는 하사관 서지(짐 브로드밴트)는 그가 당당한 부대원으로 거듭나도록 돕는다. 이제 남은 것은 함께 입대한 동료들과 함께 영국 해협을 건너는 것. 무시무시한 부리와 발톱을 지닌 매, 탈론(팀 커리) 일당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지 않은 이들은 결국,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개시 명령을 성공적으로 전달한다.

테이블에서 작전을 논의하는 연합국쪽 인간의 손이 간간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에서 2차대전은 새들의 전쟁이다. 각각 영국과 독일식 악센트를 사용하는 비둘기와 매가 싸움에 임하는 이유는 다르다. 비둘기들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때, 매는 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사냥에 나선다. 비둘기와 매가 지닌 고유의 특성이 아니라 인간이 그들에게 부여한 진부한 의미에서 비롯된 이들의 캐릭터는, 낡은 선악구도를 더욱 지루하게 만든다. <니모를 찾아서>가 지느러미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동작을 의인화하고, 어종에 따라 다양하고 매력적인 성격을 부여했던 모범사례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새를 바라보는 제작진의 눈썰미 자체를 의심하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은 전쟁 기간 영국군에 도움을 줬던 비둘기, 개, 고양이 등의 동물들에게 실제로 수십여개의 훈장이 수여됐고, 이중 과반수가 비둘기에게 돌아갔음을 알리는 자막을 접하게 된다. 물론 스크린에서 만난 귀여운 비둘기들의 역사적인 활약에 숙연해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이다. 그래도 집에 돌아와 “도대체 고양이는 무슨 공으로 훈장을 탄 걸까?”처럼 사소한 호기심을 해소하는 것은 꽤나 쏠쏠한 재미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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