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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공포와 서양 호러의 접목, <부기맨>
김나형 2005-07-26

부기맨. 귀신도 아닌 것이 귀신 흉내를 내며 사람을 희롱하네.

훌륭한 서양 공포영화에 대한 찬사는 “무섭다”가 아니라 “끔찍하다”이며, 가장 순도가 높아지면 “재밌다”가 된다. 공포의 감정이 ‘재미’가 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거리두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신은 다르다. 보이지 않아도 늘 곁에 있다고 생각되는 귀신은, 거리를 둘 수가 없고 따라서 즐길 수도 없다. 그래서 훌륭한 동양 공포영화를 칭찬할 때 사람들은 “진짜 무섭다”고 한다.

호러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을 가진 샘 레이미는 그 점을 알아차렸고, 동양의 공포를 서양 호러에 접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알다시피 그는 할리우드판 <주온> <그루지>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뽑아냈다. <부기맨>은 그런 그의 역사에 두 번째 (저예산) 실험쯤 된다.

어린 팀은 벽장이나 어두운 곳에서 나타나 사람을 잡아간다는 부기맨이 두려워 잠을 이루지 못한다. 팀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안심시키려다 오히려 뭔가에 의해 벽장 속으로 끌려가버린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팀은 도시로 올라와 어엿한 성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벽장이 무섭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오고, 문제의 고향 집에 내려간 팀은 거기서 하룻밤을 보내며 의심스러운 자신의 기억을 확인하기로 결심한다.

평범하고 성실한 스릴러였다면 ‘알고 보니’ 부기맨에 관한 환상은 주인공이 만들어낸 것이고, ‘알고 보니’ 주인공은 정신이상이며, ‘알고 보니’ 아버지의 죽음도 정작 주인공 탓이더라는 식의 상황을 엮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부기맨>도 중반까지 그런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이따금 놀라게 해가며 지루하게 전개되던 영화는 갑자기 ‘실종된 아이들’을 들먹인다. 뜬금없지만 이쯤에서 ‘주인공은 아버지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유괴하여 집단학살했더라’로 마무리했다면, 차라리 억지스럽지만 봐줄 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귀신 대신 힘들게 발굴한 부기맨이 영 아까웠는지, 영화는 “벽장 안에 부기맨 있다”, “없다”, “사실은 있다”며 계속 사람을 희롱한다. 실컷 뜸을 들이다 결론내리고 보니, 지극히 서양 괴담스러운 존재가 동양귀신처럼 ‘존재의 이유’까지 설명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진다. <캔디맨>식의 슬래셔 괴담이나 반전을 낀 심리스릴러를 모두 포기한 대가치고는 심하게 매력이 없으며, 특히 마지막 부분은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한 홍보영화처럼 보여 실소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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