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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영화, 극장 탈환하다
2001-07-26

<아멜리에> <다스 엑스페리멘트>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눌러

할리우드 독점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일까. 유럽영화계가 상반기 자국영화의 약진에 한껏 고무돼 있다. 7월14일치 <스크린데일리>는 상반기 유럽영화계가 전례없이 높은 흥행성적을 거뒀으며, 이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할리우드영화가 아니라 자국산 영화들이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2001년 상반기 유럽 극장가의 가장 큰 화제는 ‘자국영화의 열풍’이다. 이미 5월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략이 시작됐지만, 자국영화의 흥행 스코어를 앞지르지는 못하는 수준. 올 초 개봉한 <캐스트 어웨이> <한니발> <왓 위민 원트>와 여름 시즌의 블록버스터 <미이라2> <진주만> <슈렉> <툼레이더> 등이 인기를 모으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상반기 자국영화 시장점유율 51%를 기록하고 있는 프랑스가 대표적인 예. 프랑스는 상반기에만 9700만 관객을 동원해 지난해보다 10%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이미 500만장 이상의 티켓을 팔아치운 4편의 프랑스영화가 기여한 덕이다. 연초부터 <플래카드> <늑대의 후예들> <거짓말을 한다면, 진실2>가 흥행몰이를 시작했고, 최근 개봉한 <아멜리에>가 현재까지 630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선전하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영화의 점유율은 평균 30∼35% 선인데, 올해는 이들 히트작 덕에 51%로 크게 증가한 상태. 프랑스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보다 높은 점유율을 보인 것은 무려 15년 만의 일이다. 독일의 상반기 박스오피스도 지난해 대비 11%나 증가했다. 이는 <다스 엑스페리먼트>나 <걸스 온 탑> 같은 독일영화가 <미이라2>나 <진주만> 이상으로 히트한 덕이다.

상반기 6개월간의 총 매표수익 3억566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독일은 하반기 잠정 수익을 포함해볼 때, 지난해 총수익 6억5530만달러를 가볍게 돌파할 전망이다. 이탈리아의 상반기 박스오피스도 2000년의 1억9830만달러에서 11% 증가한 1억7880만달러다. 이탈리아영화 중 최고의 히트작은 개봉 23주째 롱런하고 있는 <마지막 키스>로 현재까지 105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최근에는 프랑스와의 합작영화 <무지한 요정들>과 난니 모레티의 칸영화제 수상작 <아들의 방>이 그 바통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스페인도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2억920만달러를 벌었다. 상반기 최고 히트작은 1850만달러를 벌어들인 이탈리아영화 <토렐레2: 마르벨라의 미션>으로, 이 작품은 <타이타닉> <식스 센스> <스타워즈 에피소드1>에 이어 스페인 역대 개봉 흥행작 4위에 올랐다.

지난해 대비 상반기 흥행 상승폭이 가장 적은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지난해의 4억4140만달러보다 3% 늘어난 4억537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다만 4월 중순부터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개봉 13주째 564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브리지트 존스의 일기> 덕이다. 네덜란드의 극장가도 호황이다. 네덜란드는 지난해보다 11% 증가한 1억7420만달러의 매표 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패턴에 슬슬 싫증난 유럽 관객에게, 자국민의 정서와 문화를 반영한 소품이나 할리우드 스타일의 ‘국산’ 블록버스터가 어필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연히 다음 관심사는 하반기 성적이다. 유럽 극장가에 불어닥친 자국영화 붐이 과연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 통상 여름 휴가철에는 화끈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감상하는 것이 제격이라고 믿는 배급자나 관객은 <혹성탈출> <쥬라기공원3>로 이어지는 스펙터클의 향연을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겨울에 찾아올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반지의 제왕> 등도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는 작품들.

유럽의 자국영화들이 이들에 대항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버라이어티>는 뤽 베송이 제작하고 이연걸이 출연하는 <용의 키스>를 제외하곤 별다른 기대주가 없는 프랑스 극장가는 여름이 지나면 할리우드영화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을 전하고 있다. 할리우드 독점시대가 종말을 고할 것인지, 아님 건재함을 과시할 것인지, 하반기 유럽 극장가의 풍경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