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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견고하고 이상적인 가족애, <열두명의 웬수들x2>
이다혜 2006-01-24

열둘이나 되는 아이들 치다꺼리에 한숨 쉴 시간도 없었던 부모의 좌충우돌 자녀양육기 <열두명의 웬수들>이 업그레이드 버전 <열두명의 웬수들x2>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2년 사이 훌쩍 자랐고, 베이커 부부는 잠잠할 날 없던 둥지가 점점 비어가는 게 안타깝다. 맏딸 노라(파이퍼 페라보)는 성실한 남자와 결혼해 어느새 만삭의 몸이 되어 있다. 노라 부부가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간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할 틈도 없이, 톰(스티브 마틴)과 케이트(보니 헌트) 부부는 갓 졸업한 딸 로레인(힐러리 더프)이 뉴욕의 잡지 사에 취직이 되어 집을 떠난다는 얘기를 듣는다. 다른 아이들마저 일을 하거나 놀기 위해 아버지 톰과 시간을 보내는 데 소홀해지자, 톰은 마지막으로 가족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옛날 베이커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호숫가에는 톰의 천적, 지미 머타(유진 레비)가 여덟명의 아이들과 포진하고 있다.

스티브 마틴과 보니 헌트는 물론, 열두명의 아이들이 전편에 이어 그대로 출연하는 <열두명의 웬수들x2>는 전편의 미덕을 그대로 잇는다. 대가족이라 경제적 여유는 꿈도 꿀 수 없고, 아이들 말썽에 동네 부끄러운 일도 자주 겪지만, 베이커 부부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끔찍하게 아낀다. 여기에 톰과 앙숙관계이자 경쟁심의 화신인 지미가 가세해 전편과 또 다른 해프닝을 낳는다. 자유분방한 자녀 교육을 지향하는 톰과 달리 지미는 엄격한 자녀 교육의 신봉자이며, 빠듯한 삶에 익숙한 톰과 달리 지미는 부유하다. 양쪽 집안의 아이들은 아버지들의 반목에도 불구하고 어울리기 시작하며, 톰의 딸 새라와 지미의 아들 엘리어트는 풋풋한 애정관계로 발전한다. <열두명의 웬수들x2>의 가족애는 더없이 견고하다. <패시파이어> <브링 다운 더 하우스>와 같은 따뜻한 코미디에 장기를 지닌 애덤 솅크만 감독은 반목하는 두 집안의 편을 가르는 대신, 웃음 속에서 화목함을 이끌어냈다. 지미의 아내가 젊고 ‘쭉쭉빵빵’한 세 번째 부인이라는 설정은 돈만 노리는 계모라는 결론으로 빠질 수도 있었지만, 대신 그녀는 남편의 엄격한 훈육 방식에 짓눌린 아이들을 보듬는다. 첫 데이트를 나간 새라를 뒤쫓는 노심초사한 톰의 얼굴이 <신부의 아버지>의 스티브 마틴과 겹치고, 잡아먹을 듯 경쟁심을 불태우던 톰과 지미가 승부 대신 가족을 앞세우는 순간, <열두명의 웬수들x2>는 현대인이라면 갖기 힘든 이상적 가족애에 관한 소극에 더없이 어울리는 해피엔딩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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