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고독 속에서 자아를 찾다, <타임 투 리브>
강병진 2006-02-08

세상을 떠나야 할 시간을 마주한 자의 고독은 어떤 깊이를 가졌을까? 패션 사진작가인 로맹(멜빌 푸포)은 세상에서 부러울 게 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뒤, 그는 미래가 있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며 슬퍼한다. 결국 자기 방식대로 종말을 맞이하기로 결정한 로맹은 치료를 거부하고, 가족에게도 자신의 병을 숨기고, 사랑하는 애인을 매정하게 차버리면서 다른 이의 위로를 받기보다 고독 속에서 자아를 찾는 길을 택한다. 그가 유일하게 위안을 얻는 대상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종착지에 가까운 할머니 로라(잔 모로)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니(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시)를 만난 로맹은 그녀에게서 아이를 갖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프랑소와 오종

배우보다도 더 배우 같은 외모를 가진 영화감독 프랑소와 오종. <8명의 여인들>(2002)과 <스위밍 풀>(2003)을 연출했던 그는 국내에서 회고전을 개최했을 만큼 이미 인지도가 높다. <시트콤>(1998) <크리미널 러버>(2000) <5X2>(2004) 등 총 9편의 필모그래피는 주로 기교와 파괴,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 아마도 죽음을 기다리는 주인공의 마지막 남은 삶의 나날들이 서정적으로 그려지는 <타임 투 리브>는 그의 영화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고 친절한 작품으로 기록될 듯. 이 영화로 자신의 영화인생의 한 주기가 끝났다고 말한 오종의 악동 기질이 다음에는 또 어디로 향할지 기대된다.

잔 모로

영화 <쥴 앤 짐>의 두 남자가 동시에 카트린을 사랑하게 된 건 불가항력이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익살스러운 애교를 품고 있는 카트린을 잔 모로가 영화 역사상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의 여신으로 불렸던 잔 모로는 40년이 지나 <타임 투 리브>에서도 여전한 아름다움과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평소 그녀는 오종의 단편영화들을 보고 편지를 보내 그를 격려해주었다고 하니, 오종 감독 역시 영화 속 로맹처럼 그녀에게 어떤 위안과 영감을 전해주는 뮤즈의 모습을 발견한 게 아닐까?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