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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새로운 세금 감면안으로 고무된 영국 영화계

세금때문에 죽고, 세금때문에 살고?

2003년 12월, 영국의 영화산업은 상기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해외로부터 유입된 영화 투자자본 총액이 전년 대비 85%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추어 재무장관 고든 브라운은 새해 예산을 보고하면서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새로운 인센티브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업계에서는 그가 펼칠 선물 보따리가 무엇일까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그리고 2004년 1월. 야심차게 풀어헤친 보따리 속에는 이른바 ‘조세 제48항: 세제 감면’이 들어 있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듯, 일순간 영국 영화판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세금을 탕감해주겠노라는 고관 나리의 선심은 기이하게도 자본의 파업을 불러일으켰다. 제작 대기 중이던 영화들이 잇따라 판을 접고, 중소 제작사들은 인력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사태의 본질인즉, 당시 투자자들은 영화제작 초기에 자본을 투입하지만 정작 영화가 완성되어 극장에 걸리기 전에 빠져나가는 식이었다. 목적은 흥행수익이 아니라, 자본을 영화쪽에 일시적으로 박아둠으로써 자신들의 실제 총자산액에 부과되는 세금을 줄이는 데 있었다.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며 정책 담당자들은 항변했지만, 그 뒤 제48항은 영화지원책 관련 공청회의 단골 성토 대상이 되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

2005년 12월, 영국 영화산업의 표정은 희비가 교차한다. 미국 및 여타 유럽 국가의 박스오피스 실적이 급격히 움츠러들었지만 영국은 별다른 변동없이 선방했다.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 <월레스와 그로밋>처럼 영국산 원작들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으며, 자국영화 점유율은 10년 만에 최고치인 34%를 달성했다. 그러나 제작현장은 줄줄이 동유럽이나 뉴질랜드로 옮아가고 있다는 사실 또한 공존한다. 그 사이, 토니 블레어보다 목청이 커진 안방마님 고든 브라운은 마침내 제48항의 수정안을 내놓았다. 주요 골자는 제작비의 80%를 국내에서 쓴 작품을 대상으로 제작 규모에 따라 16% 내지 20%의 감세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또한 ‘영국’ 영화임을 판단할 복합적인 평가항목들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그 동안 모호하던 원산지 표시 기준을 마련했다(항목별 합산 총점이 50%를 넘으면 ‘영국’ 영화다). 이번 안은 4월부터 발효될 예정인데, 벌써부터 렉싱턴 필름 펀드나 매킨지 & 월시 등의 회사가 발빠르게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제시된 영화정책 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와 함께 영국 영화계는 한껏 달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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