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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에 대한 따뜻한 시선, <카리스마 탈출기>
김나형 2006-03-28

성지고등학교 옥상. 세명의 남학생이 학교 전설 한 소절에 부르르 몸을 떨고 있다. 전설의 주인공은 일명 ‘세븐 커터’라 불리는 정한수. 그 내용을 볼라치면 ‘비가 퍼붓고 번개가 치는 밤이었다’로 시작하여 ‘20m나 날아올라 각목을 든 수십명을 싹 쓸어버렸다’로 이어진 뒤 ‘커터 칼로 두목의 팔을 정확히 7cm 그었다’로 끝나는 전형적인 ‘학교 짱’ 전설이다.

시간 때우기로 으레 하는 얘긴 줄 알았더니 이 셋에게 그의 존재는 현실이다. 첫 번째 문제는 정한수라는 녀석이 성지고로 전학을 온다는 것이고, 두 번째 문제는 이들이 성지고 짱 백성기(이정)와 그 똘마니들이라는 데 있다. 원조 학교 짱으로서 전학 온 쌈짱과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법. 잔혹하기 그지없다는 그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성기 일당은 고심천만이다.

하나 학교에 나타난 정한수(안재모)는 소문과 영 다르다. ‘친구 많이 사귀고 싶어요∼’류의 해맑은 인사말을 건네고, 성기가 엉겁결에 맞장 뜰 것을 제안하자 곱게 접은 1만원을 꺼내 바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정한수와 동명이인일 뿐 싸움과는 거리가 멀단다. “한번 까자”고 싸움을 걸어오는 여짱 한민주(윤은혜)를 피해다니던 한수는, 그녀와 맞닥뜨리자 마음에도 없는 사랑고백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술수까지 발휘한다. 이름이 가진 카리스마에서 탈출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한수가 이럭저럭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던 어느 날, 문득 그의 실체를 드러내는 사건이 일어난다.

<카리스마 탈출기>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짱, 왕따, 선생님들, 수학여행, 연애 등을 코믹 터치로 그린다. ‘학생 수준’의 액션신도 적절히 가미했다. 왕따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한 싸움 하면서도 싸움을 피해다니는 주인공은, 이 영화가 가진 미덕이다. 윤은혜, 안재모 외에도 이정, 박슬기, 천명훈 같은 풋풋한 영맨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그러나 청춘물이라 하기엔 진지함이 없고, 코믹물이라 하기엔 웃음 폭탄의 강도가 높지 않다. 극 전개와 전하는 메시지는 무난하지만 전체적으로 지루하게 흘러간다. 이미 오래전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가 보기엔 너무 표피적이어서 와닿을 게 없는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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