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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하지 않은 순수한 진실,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
박혜명 2006-04-18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라는 제목이 우선 무슨 뜻인지 알 듯하면서도 꽤 아리송하다. <꿈꾸는 카메라…>는 자나 브리스키와 로스 카우프만 두 백인 감독이 인도 콜카타의 사창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사진교실을 열어주면서 찍은 다큐멘터리다. 코치, 아비짓, 샨티, 수치트라, 마닉, 고르, 푸자 등 사진교실의 어린 학생들은 모두 가난하고 불온한 가정환경 속에 자라는 아이들이다. 고모 손에 이끌려 사창가에 팔릴 뻔한 소녀가 있고, 마약에 빠진 아버지를 모시는 아이도 있다. 사창가의 아이들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잡일과 심부름에 뛰어들어 부모와 생계의 책임을 나눠야만 한다. <꿈꾸는 카메라…>의 두 감독은 이 아이들의 손에 작은 카메라를 하나씩 쥐어준다. 불행의 그늘이 드리운 사창가 골목이 환해지도록 아이들은 웃으며 셔터를 누른다.

<꿈꾸는 카메라…>는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부모의 얼굴, 세상을 모두 카메라에 담으려는 아이들의 미소, 그 카메라에 가감없이 담기는 밝거나 어두운 현실을 끊임없이 교차시킨다. 이 이미지들은 충돌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아이러니와 모순, 비극을 만들어낸다. 흑백과 컬러, 동영상과 스틸 이미지를 혼용한 감각적인 영상 스타일에 음악이 적극적으로 사용돼 드라마틱한 효과는 더욱 커진다. <꿈꾸는 카메라…>의 강점이자 맹점이 이것이다. <꿈꾸는 카메라…>는 소재의 충격성과 드라마틱함을 영화적으로 가공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주제는 명확해지고 보는 이의 동의를 구하기는 훨씬 쉬워지지만, 그것은 콜카타 사창가의 현실을 정치·사회·역사적으로 파고들려는 노력 때문이 아니라 감성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노력 때문이다. 감독들은 사진교실의 아이들이 절망적이고 혹독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학교 입학을 추진한다. 아이들은 사창가 출신이라는 껄끄러운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극적으로 입학허가를 받고, 해외 유명 사진작가들의 작품전 감상 기회도 얻는다. 이는 정말 따뜻하고 희망적인 결말이다. 감독들이 가공하지 않은 순수한 진실이기도 하다. 눈물이 따르는 감동을 우리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진실과 감동은 일회적이다. 다큐멘터리로서 <꿈꾸는 카메라…>가 관객에게 문제의식을 던지고 적극적인 현실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주제에 접근한 방식 자체가 깊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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