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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키덜트 시대의 아이콘, <개구리 중사 케로로: 최종병기 키루루>
김도훈 2006-05-02

케로케로케로. 타마타마타마. 도로도로도로. 이 요상한 반복음에 웃어젖힐 수 있다면 그건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팬이라는 뜻이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1999년 만화주간지에 연재되면서 700만부의 단행본을 팔아치우고, 2004년 <TV도쿄>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면서 일본의 문화현상이 된 애니메이션. 지구를 침략하러 왔다가 정착하게 된 외계 개구리들의 성공담은 <포케몬>이나 <유희왕>과는 조금 다르다. 보기와는 달리 만만치 않은 개그의 수준이 주요 타깃층인 아이들뿐만 아니라 열혈 성인 마니아들을 양산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 최종병기 키루루>는 TV시리즈의 설정을 관객이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시작한다. 케로로는 건프라(건담 프라모델)를 사서 돌아오는 중 괴상한 사당 안에 놓여 있는 단지를 깨뜨린다. 문제는 단지 속에 예로부터 전해져온 케론별의 최종병기 키루루가 봉인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키루루는 사람들의 이마에 텔레파시가 가능한 X표를 전파하고, 서로의 어두운 속마음을 읽게 된 사람들은 집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전 일본의 히키고모리(은둔형 외톨이)화가 시작된 것이다. 알고 보니 키루루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생각의 힘을 키우는 괴물. 물론 세상을 구하는 것은 5명의 멋진 개구리들이다.

사실 <개구리 중사 케로로: 최종병기 키루루>는 케로로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외계 행성의 언어나 마찬가지다. 신나게 웃기 위해서는 케로로 만화의 설정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가야만 하는 것이다. 왜 개구리들은 지구에 살고 있는가. 왜 케로로는 건프라를 좋아하는가. 갑자기 쏟아져나오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은 어떤 성격과 사연을 가지고 있는가. 조카에게 물어본다면 몇 시간이고 신나서 떠들어댈 것이니 인터넷으로 미리 정보를 다져두는 편이 좋다. 여느 일본 TV애니메이션의 극장판과 마찬가지로 <개구리 중사 케로로: 최종병기 키루루> 역시 무성의한 작화와 대충 써낸 듯한 각본을 타고 63분간 흘러간다. 하지만 값싼 극장애니메이션의 단점도 케로로 중대가 등장하는 순간 모두 잊혀진다. <에반게리온>을 연상시키는 전투장면 등 성인 마니아들을 위한 팁에 낄낄거리다 보면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너희들의 우정과 신뢰야”라는 대사마저 심금을 울리는 지경에 도달하는 것이다. 케로로는 진정한 키덜트(아이 같은 어른) 시대의 아이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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