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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관객을 내리치는 죽음의 기술,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김도훈 2006-05-09

죽음을 피해가면 죽음이 스스로 찾아온다. 이것이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공식이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에서도 공식은 마찬가지다. 비행기 사고와 교통사고로 막을 올렸던 전편에 이어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 제시하는 게임의 출발선은 궤도를 이탈하고 떨어져내리는 롤러코스터다. 웬디(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졸업 파티가 열리는 놀이동산으로 간다. 롤러코스터에 올랐다가 불길한 예감에 친구들과 함께 내린 웬디. 그들을 두고 출발한 롤러코스터는 산산조각이 나서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리고 살아남은 주인공들은 롤러코스터에 앉았던 순서대로 끔찍한 사고사를 당해 죽어가기 시작한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은 시리즈 중 가장 극의 짜임새가 허술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건성이고 캐릭터의 개성은 부족하며 죽음의 방법을 미리 암시하는 디지털 사진이 새롭게 등장하긴 하지만 별달리 활용되지도 않은 채 마무리된다. 하지만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은 팝콘을 던지며 즐길 만한 오락거리로서의 소임을 멋지게 해낸다. 이는 1편에 이어 돌아온 감독 제임스 웡과 각본가 글렌 모건이 관객이 왜 시리즈를 즐기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덕이다. 관객이 시리즈로부터 기대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방식으로 죽어나가는 캐릭터들의 비명이지 이야기의 짜임새는 아니다. 감독은 죽음에 대해 제법 근사하게 사유하는 척했던 전편들과는 달리 관객이 원하는 것을 더욱 자극적인 방식으로 던져주는 데 집중한다. 강도가 드세진 고어장면들은 도가 지나친 나머지 일종의 유희처럼 느껴지고, 끊임없이 관객을 내리치는 죽음의 기술은 숨돌릴 틈도 없이 지속된다. 그래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을 관람하는 것은 거두절미하고 끝까지 달려나가는 롤러코스터에 탑승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사실 본편의 원제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 아니라 <파이널 데스티네이션3>다. 한국어 제목과는 달리 아직은 시리즈의 ‘파이널’이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개성있는 살인마를 창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예측불가의 사고사를 만드는 것은 모든 교통기관과 모든 뾰족한 모서리와 모든 육중한 간판들이면 충분하다. 아마도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은 영원히 후속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호러영화 시리즈일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사람들은 같은 롤러코스터를 반복해서 타는데 결코 질리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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