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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제이 로한의 놀라운 ‘변신술’, <행운을 돌려줘!>
문석 2006-05-23

셀레브리티 프로그램 속, 그러니까 현실의 린제이 로한과 스크린 속 캐릭터로서의 린제이 로한은 어찌나 그리 다른지. 현실의 로한은 패리스 힐튼 뺨치게 눈꼴 사나운 초절정 재수녀지만, 희한하게도 영화 안에서는 풋풋한 매력을 선보여왔다. 그건 린제이 로한의, 린제이 로한을 위한, 린제이 로한에 의한 영화라 할 만한 <행운을 돌려줘!>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서 로한은 뉴욕의 잘나가는 홍보회사 직원 애쉴리 역으로 출연한다. 애쉴리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타고난 행운아라는 말밖엔 할 수가 없다. 손만 들면 택시가 멈춰서고, 긁기만 하면 복권도 척척 당첨되며, 야외로 나오기만 하면 쏟아붓던 비까지 멈출 정도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반면 한 클럽의 말단 종업원이면서 ‘맥플라이’라는 밴드의 매니저로 활약하는 제이크(크리스 파인)의 인생은 불운으로 점철돼 있다. 나타나기만 하면 불행의 구름을 몰고 다니는 그이다보니 음반계의 거물 필립스에게 이 밴드를 소개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던 두 사람에게 ‘인생역전’이 시작되니, 애쉴리가 기획한 가면파티에서 두 사람이 키스를 한 것이다. 둘은 타액을 통해 행운과 불운을 주고받았으니, 그 뒷이야기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행운을 돌려줘!>는 내러티브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영화다. 이같은 설정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거기서 거기라고 판단한 듯, 이 영화는 대단한 반전이나 의외의 급소공격을 시도하지 않은 채 평이한 스토리를 풀어낸다. 그 대신 선택한 쪽은 캐릭터의 친화력이다. 하루아침에 직장과 집 그리고 남자친구까지 잃으며 밑바닥으로 떨어진 애쉴리나 거듭되는 행운으로 인생이 대박났음에도 불행하던 시절의 비상용 배낭을 꾸준히 간직하고 있는 제이크의 모습은 매 순간 ‘머피의 법칙’을 절감하는 우리 자신과 가깝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공감대는 스크린 안에서 평범하고 친근하며 귀여운 여인으로 비쳐지는 린제이 로한의 놀라운 ‘변신술’에서 대부분 비롯된다. 큰 영양가도 없고 빨리 녹지만, 그 순간만큼은 꽤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은 영화 <행운을 돌려줘!>는 <미스 에이전트>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등을 만든 도널드 페트리 감독이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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