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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곰살궂게 기다린 독립애니메이션, <호박전>
김수경 2006-06-20

<호박전>은 늙은 호박처럼 오랜 세월을 곰살궂게 기다린 독립애니메이션이다. 2002년 문화콘텐츠진흥원에 의해 우수 파일럿으로 지정된 <호박전>은 3분짜리 파일럿으로 시작했다. 열악한 투자환경 탓에 3년을 기다린 <호박전>을 제작지원한 곳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EBS였다. 원래는 연작물로 계획된 <호박전>은 1년 반이라는 짧은 제작기간을 감안해 명절용 40분 특집애니메이션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유진희 감독을 비롯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11명, 프로덕션에는 20명의 애니메이터들이 심혈을 기울인 결과 1년 만에 제작을 거의 완료했고 유 감독이 리테이크(실패한 그림이나 촬영된 필름을 다시 고치는 작업)에 다시 6개월을 투자했다. 그 결과 서울애니시네마에서 단독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강이네 가족은 충청도 할머니댁으로 향한다. 그들이 도착한 호박마을의 할머니댁은 호박전으로 마을사람들에게 유명하다. 한창 호박전을 부치던 할머니는 5대 독자인 맹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엄마, 아빠, 할머니는 맹이를 찾아 나선다. 혼자 남은 강이는 동생 맹이를 납치한 삼신할머니와 부엌에서 마주친다. 삼신할머니와 강이의 싸움에 조왕신과 부엌의 가재도구들이 끼어든다. 제사음식을 먹기 위해 하나둘 집으로 들어선 호씨 집안의 조상신들과 삼신할머니가 맞닥뜨리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번진다.

<호박전>의 유진희 감독은 옴니버스 인권애니메이션 <별별이야기> 중 <낮잠>을 연출한 바 있다. <호박전>의 원화와 그림체는 매력적이다. 눈과 머리결을 치켜올린 삼신할머니와 호박전처럼 동그란 얼굴이 강조된 가족의 외양은 국내 관객에게 익숙한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신체나 필체와 다른 신선함을 선사한다. <호박전>의 캐릭터 원화는 향후 머천다이징을 충분히 고려한 디자인으로 느껴진다. 재밌는 애니메이션의 기본은 참신한 드라마와 개성적인 캐릭터다. 연작물에서 중편으로 방향을 바꾼 탓인지 <호박전>의 드라마 구조나 캐릭터는 다소 진부한 느낌을 준다. 열악한 국내 독립애니메이션의 환경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의미있는 시도가 더 많은 호응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밀도있는 시나리오와 이야기 구성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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