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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블록버스터, <수퍼맨 리턴즈>
이다혜 2006-06-27

브라이언 싱어가 슈퍼히어로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슈퍼맨 때문이었다. 태생부터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 완전한 절대 선의 현현. 그리고 그의 대척점에 서 있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악의 심연.

<수퍼맨 리턴즈>는 <슈퍼맨2>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슈퍼맨의 정체를 알게 된 로이스는 그와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냈지만, 슈퍼맨은 초능력을 사용해 그녀가 클라크와 슈퍼맨이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했다. <수퍼맨 리턴즈>는 슈퍼맨(브랜든 라우스)이 고향 크립톤 행성에 다녀왔다고 설명한다. 크립톤 행성은 황폐해졌고,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다. 슈퍼맨은 클라크가 되어 신문사에 복귀하지만 사랑했던 여인 로이스(케이트 보스워스)가 다른 남자와 함께 살고 있으며 아이까지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악당 렉스 루더(케빈 스페이시)마저 감옥에서 나와 활개를 치고 있다.

<수퍼맨 리턴즈>는 영리한 블록버스터다.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능숙하게 조합해냈다. 1978년 <슈퍼맨>에서 슈퍼맨의 아버지로 등장했던 말론 브랜도의 미공개 자료들을 모아 2004년 사망한 그를 영화 초반에 등장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디지털 제네시스 카메라를 사용해 선명함과 깊이를 더한 화면을 보여준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수퍼맨 리턴즈>의 진가는 슈퍼맨의 심상을 드러내는 장면들에 있다. 사랑했던 여인이 다른 남자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 장면을 초능력을 이용해 투시하는 장면 등은 너무 많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평범해질 수 없는 그의 인간적인 측면을 손에 잡힐 듯이 그려낸다. 슈퍼맨은 애타게 그리워하던 가족을 영원히 잃었고, 그 자신의 가족을 새롭게 꾸리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은 것은 그의 도움을 요청하는 인간들과 지치지 않는 악당들뿐이다.

피터 잭슨은 <킹콩>을 리메이크했고 크리스토퍼 놀란은 <배트맨 비긴즈>로 영웅탄생의 순간을 만들어냈지만, 싱어가 슈퍼맨의 후일담을 만든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은 거기에 있다. 슈퍼맨을 연기한 신예 브랜든 라우스는 크리스토퍼 리브의 환영이 어른거리는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새로운 액션히어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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