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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여 세월이 걸린 장편 액션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
김도훈 2006-07-03

막나가는 놈들이 온다. <아치와 씨팍>은 기획부터 완성까지 7년여의 세월이 걸린 장편 액션 애니메이션. 머나먼 미래의 어딘가. 인간의 똥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미래의 어느 미성년자 거주 곤란 도시. 배설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정부는 ‘하드’(막대기 아이스케키)를 배설한 시민들에게 나눠준다. 문제는 지구상의 어떤 마약보다도 강한 하드의 중독성이다. 한번 맛을 보면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게다가 하드의 부작용으로 노동능력을 상실한 채 하드 약탈을 일삼는 보자기 갱단이 생겨나고, 이들을 잡기 위해 정부는 열혈형사 게코를 투입한다. 여기에 하드 삥뜯기를 일삼으며 살아가는 양아치 듀오 아치(류승범)와 씨팍(임창정)이 우연히 얽혀드는데….

통쾌발칙 성우들

<아치와 씨팍>의 현란발랄한 액션장면들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요소라면, 다양한 성우진의 통쾌발칙한 목소리 출연은 관객의 귀를 잡아챌 일등공신. 주인공인 아치와 씨팍의 목소리를 담당한 류승범과 임창정, 그리고 평소처럼 초현실적인 비음을 들려주는 현영 외에도 의외의 성우들이 <아치와 씨팍>의 세계에 숨어 있다. 최고의 메소드-목소리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역시 보자기 갱단의 두목인 ‘보자기킹’역을 맡은 가수 신해철. 키높이 구두에 망토를 두르고 다니는 악당을 성대를 울리는 열연으로 화해낸 신해철은 “그런 슬픈 표정하지 마!” “위스키, 브랜디, 콜라, 사이다…”등등의 지난 히트곡 가사들을 액션의 무기로 사용한다. 30대 이상의 관객이라면 대장이 꼬이도록 웃을 만하다. 또 아치와 씨팍을 쫓는 갱단의 두목의 목소리는 ‘무뇌충’을 소재로 한 인터넷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오인용’이 맡아 걸죽한 경상도 사투리를 들려준다. 정보국 국장과 부국장의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다면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를 떠올려볼 일이다.

2D와 3D의 쌈빡황홀한 결합

원래 제작진은 <아치와 씨팍>을 2D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카메라워크를 구사하는 화면을 일일이 그림으로 그려내는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해 배경화면을 모두 3D로 만들어냈다. 결과는 쌈빡황홀하다. 프레임에 나오는 하나하나의 3D 배경은 모두 2D로 색칠되어 있어서 인공적인 느낌이 하나도 없으며, 3D의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2D의 자연스러운 질감이 동시에 화면에서 살아 움직인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미국 애니메이션의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 역시 주목할 만한 관람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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