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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느슨한 기성품, <센티넬>
김도훈 2006-09-05

안전하고 느슨한 기성품 ‘마이클 더글러스 스릴러’.

적은 내부에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의 피트 게리슨(마이클 더글러스)은 20여년 전 레이건 대통령의 암살을 몸으로 막은 뒤 안보국의 전설이 된 비밀요원. 조국과 대통령에 충성을 바쳐온 그는 현재 영부인 새라(킴 베이싱어)의 경호를 맡고 있다. 그러나 게리슨의 굳건한 세계는 오랜 동료인 찰리 메리웨더(감독인 클락 존슨)가 살해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찰리의 살인사건을 맡게 된 인물은 오직 증거만을 신봉하는 냉철한 비밀요원 데이빗 베킨릿지(키퍼 서덜런드). 피트의 수제자이기도 한 데이빗은 피트가 대통령 암살음모에 가담하고 있다는 혐의를 발견하고, 자신이 누군가의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트는 누명을 벗고 암살음모를 막기 위한 도망길에 오른다. <센티넬>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할리우드 기성품 스릴러다. 제랄드 페티비치의 원작을 각색한 조지 놀피(<타임라인> <오션스 트웰브>)의 각본은 <도망자>(1993)와 <사선에서>(1993)를 한데 뒤섞어 놓았을 따름이다. 안전하고 매끈하지만 새로울 것은 없다.

느슨한 장르적 관습을 조금이나마 상쇄시키는 것은 주연배우 마이클 더글러스의 능숙한 연기다. 비밀요원 피트 게리슨은 냉정한 프로페셔널인 동시에 뒤가 꽤나 구린 남자다. 불혹의 나이가 되도록 독신으로 살아가는 이 인물은 (심지어) 영부인과 비밀스런 관계를 맺고 있으며, 데이빗의 아내와도 불륜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원초적 본능에 충실하며 위험한 정사를 즐기는 백악관 비밀요원을 스스로를 복제하듯 능수능란하게 직조해낸다. 만약 도덕적으로 모호한 피트의 캐릭터와 더글러스의 이미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했더라면 <센티넬>은 흔한 장르의 관습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TV시리즈 <24>와 <위기의 주부들>의 캐릭터를 변용해서 연기하는 키퍼 서덜런드와 에바 롱고리아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다. <24>의 열정적인 팬들은 실망할 테지만 <위기의 주부들>의 팬들마저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에바 롱고리아는 극의 진행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잉여 캐릭터에 불과하지만, 도톰한 엉덩이를 흔들며 뛰어다니는 모습은 밋밋한 케이크의 데코레이션으로 손색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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