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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연하고 침통한 결말, <플라이트93>
김혜리 2006-09-05

유나이티드 93(이하 UA93)은 2001년 9월11일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된 네대의 민항기 중 승객의 저항으로 유일하게 ‘표적’을 벗어나 추락한 비행기다. 살고자 한 그들의 자연스러운 몸부림은 스스로를 구하지 못했으나 희생을 최소화했다. 경전을 읊으며 자살 테러에 나서는 아랍계 젊은이들의 결연한 모습에서 시작한 영화는 구름 한점 없는 평온한 아침이 어떻게 서서히 지옥으로 변해갔는지 엄격하게 ‘재연’한다. 항공기들이 속속 레이더에서 행방불명되고 “비행기들을 탈취했다”는 테러리스트의 음성이 무선으로 들려오자 미국 동부 항공관제센터들은 패닉 상태에 빠진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인터뷰와 보고서에서 밝힌 사실의 조각을 토대로 고인들이 경험한 91분간의 비행을 통째로 리허설했다고 한다. 감상성과 충격효과를 엄격히 배제했으나 결과는 숙연하고 침통하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

미결사건으로 남은 인종차별적 범죄를 다시 파헤치는 TV영화 <스티븐 로렌스의 살해>로 주목받기 시작한 영국 감독 폴 그린그래스는 <블러디 선데이>를 통해 카메라를 든 ‘르포라이터’로 명성을 굳혔다. 북아일랜드 데리 시민이 학살당한 ‘피의 일요일’ 사건을 냉정하고 차갑게 필름에 옮긴 <블러디 선데이>는 “정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비수 같은 단언으로 끝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맷 데이먼은 이 영화를 본 뒤 <본 아이덴티티>의 연출자로 그린그래스를 지목했다. 그린그래스 특유의 역동적인 촬영과 리얼리티를 살린 <본 슈프리머시>는 2004년 가장 강렬하고 독창적인 여름영화로 기억됐다. 현재 그린그래스는 제이슨 본 시리즈의 3편 <본 얼티메이텀> 연출을 준비하고 있다.

<플라이트 93>의 비전문 배우들

추락한 UA93 비행기는 단 한 사람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았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9·11 테러를 현장에서 맞닥뜨린 관계자를 캐스팅하고 이미 고인이 된 승무원과 탑승객 역에는 비전문 배우를 대거 기용했다. 이중 관객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배우는 본인으로 분한 미국 연방항공국장 벤 슬라이니. 미국 역사상 최초로 영공 내 항공기 4,200대의 발을 묶는 결단을 내린 그는 “사실의 정확한 재현만이 진정한 애도”라는 믿음으로 영화에 출연했다고 한다. 보스턴 관제센터에서 테러 당시 근무한 토머스 토미 로버츠, 군사 전문가 콜린 스코긴스, 북미방공본부의 제임스 폭스 소령과 제레미 파월 하사관도 영화에 직접 등장한다. 사고기를 조종한 기장 제이슨 달 역의 J. J. 존슨은 UA 조종사 출신이며 승무원 역에도 실제 UA 근무 경험이 있는 스튜어디스들이 배우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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