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액션영화 클리셰의 서투른 조합, <디토네이터>
최하나 2006-09-12

액션영화 클리셰의 서투른 조합. 어색한 비장미로 몸을 두른 ‘액션 히어로’ 웨슬리 스나입스.

‘디토네이터’는 뇌관을 의미한다. 영화 <디토네이터>의 폭발을 이끄는 뇌관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러시아의 생화학 무기다. <세븐 세컨즈>에서 러시아 갱들을 상대로 활극을 펼쳐 보였던 웨슬리 스나입스는 이번에는 무기 밀매상을 사냥하는 전직 CIA가 됐다. 저예산으로 제작됐던 <세븐 세컨즈>와 마찬가지로 <디토네이터> 역시 예산 절감을 위해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를 무대로 선택했다. 주로 비디오용 영화들을 제작해온 앤드루 스티븐스가 <세븐 세컨즈>에 이어 다시 한번 제작을 맡았고, 스티븐 시걸 주연의 액션물 <아웃 오브 리치>를 연출했던 홍콩 출신 감독 레옹 포치가 메가폰을 잡았다.

전직 CIA 요원 소니 그리피스(웨슬리 스나입스)는 독불장군식 수사와 과격한 행동으로 CIA 지도부에는 두통거리 같은 존재다. 국제 무기밀매 조직을 추적하기 위해 홀로 루마니아에 도착한 그에게 CIA 지부장 플린트(마이클 브랜든)는 남편 살해 용의로 구금 중인 나디아 코민스키(실비아 콜로카)를 뉴욕까지 이송하라는 임무를 맡긴다. 하지만 그녀의 죽은 남편은 무기밀거래 조직의 보스의 돈을 빼돌려온 회계사로, 자금의 향방을 알고 있는 것은 그녀뿐. 밀거래 조직에 쫓기는 나디아를 보호하기 위해 조직과 한판 대결을 펼치던 소니는 그들의 밀거래에 도난당한 러시아의 생화학 무기가 관련돼 있음을 알게 된다.

<디토네이터>는 액션영화의 모든 클리셰를 동원한다. 피 튀기는 총격신과 자동차 추격전, 잔혹한 악당과 국제적인 범죄 조직, 고독한 주인공과 미녀와의 로맨스까지.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 가능한 수순을 밟고, 전형적인 요소들을 조합하는 감독의 손놀림은 거칠고 서툴다. “나의 모든 임무는 마지막 임무다”, “내 이력서는 묘지와 같다” 등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소니의 ‘시적인’ 내레이션은 영화의 속도감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격에 맞지 않게 과장된 비장미로 영화 전체를 희화화한다. 축구 경기와 총격전을 오가는 등의 어색한 편집 역시 숨가쁘게 진행되어야 할 영화의 흐름을 끊는 요소다. <디토네이터>에서 가장 우울한 것은 웨슬리 스나입스의 존재다. 신선하지도 능숙하지도 않은 영화에서 별 볼일없는 ‘액션 히어로’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팬들에게 씁쓸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미국에서 <디토네이터>는 <세븐 세컨즈>와 마찬가지로 극장에 걸리지 못한 채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했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