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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와 동물공포영화의 결합 <스네이크 온 어 플레인>

뱀이 기승을 부릴수록 승객은 다급해지고 관객은 초연해지는 ‘재난’영화.

<타이타닉>에서 디카프리오와 윈슬럿이 물 위에 동동 떠 있는 마지막 장면, 저 물밑에서 상어라도 한 마리 나와 다리를 콱 문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며 혼자 마음을 졸인 적이 있다. 어릴 적 본 <죠스>의 충격이 너무도 강했던 모양이다. 정말 재난영화와 동물공포영화가 결합되면 어떻게 될까? <데스티네이션2>와 <셀룰러>를 감독했던 데이비드 R. 엘리스가 만든 <스네이크 온 어 플레인>은 바로 그런 영화다. <패신저 57>이나 <데스티네이션> 같은 비행재난영화에 뱀에 대한 혐오감과 공포를 극대화한 <아나콘다> 같은 동물공포물이 결합되어 있다. 범죄수사물처럼 시작되는 서두 탓에 ‘스네이크’를 범죄자의 닉네임쯤으로 오해할 만할 때쯤 온갖 뱀들이 화면 위를 우글우글 기어다니기 시작한다. 에디킴이라는 사악한 악당의 범죄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청년 션(네이선 필립스)을 FBI 요원 플린(새뮤얼 L. 잭슨)이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LA로 이송하는데, 에디킴 일당이 션을 암살하기 위해 뱀을 비행기에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박력 넘치는 FBI도, 결정적인 목격자인 증인도, 그들을 위해 희생되는 승객도 아니다. 오로지 뱀들이다. 뱀들은 녹색 스크린의 시점 숏까지 확보하면서 비행기 위의 권력을 장악한다. 모든 동물공포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이 영화도 우리가 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잠재적인 두려움을 시각화함으로써 혐오감과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이때 뱀에 내재된 성적 이미지들을 적극 활용하면서 그들의 공격은 생식기 위주로 가해지는데, ‘뻘짓 커플’을 첫 희생물 삼음으로써 <스크림>에서 학습했던 공포영화의 첫 번째 규칙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영화는 뱀 그 자체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어 서사적 결점들을 지적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인데, 가장 압권은 뱀을 퇴치하기 위해 비행기 창문을 폭파해서 사람들이 착륙하는 비행기 속으로 파고드는 엄청난 바람 속에 대룽대룽 매달리는 장면이다. 이 작품은 공포물과 재난물의 관습들을 지나치게 충실히 따르고 있어서 관객의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시각적 충격을 주기에 뱀들은 다소 미약하고, 심정적 동요를 일으키기에 인물과 플롯은 너무 엉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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