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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아동물과 코미디가 결합된 가족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김수경 2006-12-20

전시실을 뛰쳐나온 역사 속 인물들과 벤 스틸러가 벌이는 코미디 배틀.

이혼남 래리(벤 스틸러)는 무능력하다. 발명에 몰두하느라 재산을 탕진한 래리는 어떤 직장도 두달 이상 견디지 못한다. 아들 니키가 새아빠에게 호감을 보이자 위기감을 느낀 래리는 마지못해 자연사박물관 야간 경비원으로 취직한다. 첫날부터 수상쩍은 동료 경비원들은 열쇠, 매뉴얼, 플래시만 건네고 떠나버린다. 박물관에 어둠이 찾아오고 전시물은 제목처럼 잠에서 깨어나 활개친다. 티라노사우루스, 훈족, 로마 병정, 원시인, 사자, 원숭이 심지어 이스터 석상까지 래리를 괴롭히고 박물관은 아수라장이 된다. 테디 루즈벨트(로빈 윌리엄스)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남은 래리. 당장 그만두려는 래리를 만류하는 테디는 모든 소동이 파라오가 가진 ‘아크멘라의 보물’ 때문임을 알려준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애들이 줄었어요> <쥬만지> 같은 판타지 아동물과 벤 스틸러의 코미디가 결합한 가족영화다. 자연사박물관이라는 미국인과 가장 친근한 무대에서 밀랍 인형을 부활시키는 정교한 컴퓨터그래픽은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살아 숨쉬는 등장인물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전시물이 되는 아침장면의 촬영과 특수효과는 매우 탁월하다. 최근 <해피피트>에서 1인3역의 목소리 연기를 선보였고 <후크> <토이즈>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통해 가족영화의 귀재로 자리매김한 로빈 윌리엄스의 조연 연기도 절묘하다.

<쥬랜더> <미트 페어런츠>로 대표되는 벤 스틸러 영화의 미덕과 악덕은 분명하다. 동일한 방식의 유머와 캐릭터가 반복되고, 결정적 순간마다 플롯의 부족한 부분을 슬랩스틱에 기반한 개인기로 봉합한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도 벤 스틸러가 훈족과 괴성을 지르며 대화하고, <록키> 주제가 <아이 오브 타이거>를 부르는 모습은 폭소를 자아내지만 전반적으로 래리는 벤 스틸러의 장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없는 인물이다. 할리우드의 ‘플랫팩’으로 불리는 벤 스틸러의 재능은 얌전한 가족영화보다는 과장된 성인 대상의 코미디물에 적합해 보인다. 3일간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이야기 구조를 감안하면 필요한 건 입담이 아니라 정교한 스토리였다. 박물관 예산으로 인해 구조조정당하는 늙은 경비원들이 노후를 위해 보물을 훔친다는 설정은 허술하고 조악하다. 국내 관객이 미국 역사를 중심으로 다루는 내용과 익숙하지 않은 자연사박물관이라는 공간적인 배경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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