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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한국형 속편영화 ① 바뀌어야 산다!
강병진 2007-02-02

제작 증가 추세 한국형 시리즈 영화, 전편의 컨셉·설정 답습 지양해야

2007년 1월 현재, 한국 극장가는 ‘돌아온’ 누님들의 무대다. <조폭마누라> 시리즈는 홍콩 배우 서기를 새로운 누님으로 추대하여 <조폭마누라3>로 다시 나타났고, 지난 2005년 개봉했던 <마파도>의 엽기 할머니들은 <마파도2>로 돌아와 여전히 정정한 입담을 과시하는 중이다. 돌아온 영화의 강세는 이미 지난해부터 있어온 일이었다. <두사부일체>의 속편 <투사부일체>는 전편의 기록을 배로 뛰어넘었고, 가문 시리즈의 2편인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는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로 이어져 적잖은 흥행을 이뤄냈다. 한편, 돌아온 영화들의 흥행대세를 이어갈 영화들도 준비 중인 상황이다. 지난 2003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박기웅과 이청아란 새로운 얼굴을 영입해 속편 제작을 완료했으며, <색즉시공>은 새로운 감독을 맞아들여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에 있다. 제작 초기부터 시리즈물로 기획돤 <흡혈형사 나도열> 역시 속편 제작 가능성을 타진 중인 상황. 그런가 하면 돌아온 영화는 또다시 돌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편과 속편의 흥행에 힘입어 <마파도3>가 기획되고 있으며, <가문의 부활…>은 제목은 다르지만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준비 중이다.

컨셉과 마케팅 측면에서 유리

속편 제작의 추세를 보면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한국형 시리즈영화는 자리를 잡은 듯 보인다. 하지만 수로 드러난 정보들을 보면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두사부일체>의 속편인 <투사부일체>의 경우 전국 관객 610만명을 동원하며 전작을 뛰어넘는 성적을 올렸지만 <조폭마누라2>와 <조폭마누라3> 그리고 <가문의 부활…>은 전작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었다. 흥행 면에서는 아직 불안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영화들이 또다시 돌아올 조짐을 보이는 것은 일단 속편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일반영화보다 흥행 안정성을 비롯해 인지도 강화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두사부일체> 시리즈를 제작한 시네마제니스의 서정 이사는 “컨셉을 잡는 게 기획의 반인데, 이미 모든 게 잡혀 있는 상태다. 배우와 캐릭터가 결정된 상황에서 스토리만 확실하면 영화는 나온다”고 말했다. 또한 <조폭마누라>를 제작한 현진시네마의 이순열 대표는 관객의 접근성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마케팅비를 어떻게 하면 적게 들이고,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제작사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속편은 브랜드를 이미 관객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간다.”

속편 제작이 붐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한 가지 특징은 최근 개봉했거나, 제작 준비 중인 속편들이 모두 코미디영화라는 것이다. 흔히 3대 시리즈로 불리는 <조폭마누라> <가문의…> <두사부일체>는 2000년대 초반 붐을 일으켰던 조폭코미디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 또한 속편으로 제작되었으나 흥행에서는 저조했던 <몽정기2> <달마야, 서울가자>뿐만 아니라 <마파도>를 비롯해 현재 제작 준비 중인 속편들 모두 가장 최우선의 목표를 웃음에 두고 있는 영화들이다. 그렇다면 한국형 속편영화는 왜 코미디에 집중하는 것일까. 이들 영화의 제작자들은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면 된다고 말한다. “코미디는 드라마로 풀어가는 것이 아니다. 확실한 컨셉이 있으면 지속적인 주입이 가능하다”고 말한 이순열 대표는 “때문에 <괴물2>나 <왕의 남자2>를 만들기는 정말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문의…> 시리즈를 제작한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는 “이미 전편에 등장한 배우들을 속편에 기용할 경우, 그들이 구현할 수 있는 코믹연기의 범주를 알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작자들은 코미디 장르의 속편영화를 이끄는 견인차는 관객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객은 현재 개봉된 영화들 가운데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본다. 진정성이든, 상업성이든, 예술성이든 관객이 끌리는 지점만 있으면 시장은 있다”(서정 이사)는 말이나, “영화만 재밌으면 관객은 선택한다”(정태원 대표)는 의견 모두 속편 코미디영화가 폭넓은 관객의 지지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있다.

전편의 설정 답습으로 관객 호응 한계

하지만 하나의 컨셉을 마르지 않는 이야기보따리로 삼는 것은 현재 서서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이른바 ‘조폭코미디’로 명명된 속편들은 수치상으로 볼 때 관객의 시선에서 멀어져가는 중이다. 582만명을 기록한 1편과 달리 <조폭마누라2>는 186만명에 머물렀으며, 현재 개봉 중인 <조폭마누라3>는 약 170만명에 그칠 것으로 제작사는 예상하고 있다. 또한 <가문의 영광>에서 스토리와 캐릭터를 달리한 <가문의 위기…>는 567만명을 기록하며 전편의 흥행을 뛰어넘었지만, 전편의 캐릭터를 이어온 <가문의 부활…>은 지난해 가을 340만명을 기록했다. 실제로 한 속편영화의 배급사 관계자는 “마케팅 단계에서 이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은 “007 시리즈 같은 프랜차이즈는 관객의 입장에선 속편이라기보다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의 시리즈영화처럼 기존의 스타와 스토리 라인을 가져와 계속 반복하는 건 결국 관객을 지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한다. 강우석 감독 또한 “<마누라 죽이기> 때 주변에서 속편을 만들라고 했지만, <남편 죽이기> 아니면 안 한다고 했었다”며 “속편은 웃음이든 재미든 감동이든 1편의 가능성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제살 깎아먹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속편영화의 제작자들 역시 향후의 속편 제작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다. 전작과 달리 홍콩 배우 서기를 영입하고, 무대와 스토리를 달리하면서도 저조한 흥행을 보인 <조폭마누라3>에 대해 이순열 대표는 “트렌드의 변화를 무시한 게 아닐까 싶다. 1편의 성전환, 역발상의 컨셉은 5년이 지난 지금 퇴색 아닌 퇴색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굳이 아쉬운 점이 또 있다면 <조폭마누라>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트렌드가 바뀌었다면 과감히 버릴 필요도 있다. 유사한 형태의 영화를 제작한다고 해도 <조폭마누라>란 제목은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4편 제작이 가시화되었던 가문 시리즈 또한 현재 연장선에 있는 작품을 준비 중이지만, 역시 제목은 바꿔간다는 방침이다. 정태원 대표는 “300만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준 것은 고맙지만 가문 시리즈로는 더이상 한국 관객을 상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현재 한국의 코미디 시리즈는 시시각각 바뀌는 관객의 취향 속에서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입장인 것이다. 그 변화의 폭과 방향에 따라 한국형 속편영화는 관객에게 속편한 웃음을 줄 수도, 불편한 웃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