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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는 소설과 만화를 좋아해
정재혁 2007-02-13

지난해 소설 원작 61편 만화 원작 20여편 개봉, 해마다 증가세

일본의 영화 전문지 <키네마준보>는 2006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서 ‘영화와 원작의 깊은 관계’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는 최근 일본영화가 소설과 만화를 원작으로 삼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2006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영화는 총 61편이 개봉했으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도 20편이 넘는다. 특히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그 편수가 2004년 39편, 2005년 50편, 2006년 61편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읽고나서 볼까, 보고나서 읽을까’의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일본은 예전부터 소설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많이 제작됐다. 만화는 1937년 <아사히신문>에 연재되던 만화를 시작으로 아이돌 만화, 소녀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소설은 일정 정도의 퀄리티를 보장해주는 영화의 소재로 간주됐다. 하지만 최근 만화와 소설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영화화되고 있다.

2000년 이전까지 만화의 영상화는 TV드라마가 먼저였다. <황금배트> <와타리> 등의 어린이용 만화는 TV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뒤 극장판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2003년 <우미자루>는 이 공식을 배반했다. 사토 슈호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우미자루>는 2003년 영화로 먼저 만들어졌다. 그 뒤 TV드라마로 방영됐고, 그 인기를 이어 영화의 속편이 제작됐다. 2006년에 개봉한 속편 <LIMIT OF LOVE 우미자루>는 70억엔 이상의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나나>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예전의 상황이라면 TV드라마로 먼저 만들어졌겠지만, 이 만화는 갑작스럽게 영화화되었고 흥행에 성공했다. <데스노트> 시리즈의 영화화도 동일한 맥락이다. CG를 비롯한 상당한 기술의 발전을 이뤄낸 영화는 이제 만화를 실사화하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만화의 영상화’에 있어 영화는 더이상 TV의 다음이 아니다.

소설은 2004년에 제작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흥행의 영향이 크다. 이전까지는 문학상 수상작가의 유명한 작품을 중심으로 영화화됐던 소설이 이제는 러브스토리, 휴먼드라마, 청춘물, 시대극, 미스터리 등 장르를 넓혀가며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소설이 오리지널 극본으로 영화를 만들 때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효과를 가지며, 동시에 소설의 판매가 영화 홍보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영화화되는 소설들은 ‘울리고’, ‘웃기고’, ‘무섭고’ 등 심플한 감정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빠> <아르젠틴바바> <노란 눈물> <비잔> <쓰키가미> 등 2007년 개봉예정인 영화들도 원작을 갖고 있는 작품이 많다. 올해 도호가 배급을 준비 중인 작품 16편 중 9편도 이에 해당한다. 물론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오리지널 각본이 부재한 일본영화의 본질적 생산성이 위기에 빠질 거라는 설이 그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만화와 소설이라는 무기를 보유한 셈이다. 그리고 최근의 일본영화는 이들을 영화화하는 새로운 방식을 체득해가고 있다. ‘읽고나서 볼지, 보고나서 읽을지’, 일본영화가 흥행을 손에 넣을 기회는 확실히 더 늘어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