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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니까 재밌잖아, <쏜다>의 배우 감우성, 김수로
장미 최하나 사진 이혜정 2007-03-16

평생을 규율에 맞춰 살아온 모범 시민과 전과 15범의 경력을 자랑하는 밑바닥 인생. 극과 극에 서 있던 두 남자가 한자리에 서서 세상을 향해 총을 겨눈다. 우연일까 의도일까. <쏜다>의 콤비, 박만수와 양철곤의 명암은 감우성김수로의 대조적 표정과 쏙 빼닮았다. <왕의 남자> <연애시대>를 거치며 섬세한 이미지를 구축한 감우성과 <흡혈형사 나도열> <잔혹한 출근>으로 코미디의 선봉에 선 김수로.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간 큰 가족>으로 시운전을 마친 뒤 <쏜다>로 무르익은 콤비 플레이를 선보였다. 인터뷰의 호흡 역시 ‘핫 앤 쿨’의 리듬을 따라 이어졌다. 유쾌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달궈놓은 김수로와 차분한 음성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조율한 감우성. 너무나 다른 두 남자가 빚어낸 절묘한 조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1. 장전_그들이 <쏜다>를 선택한 이유

김수로: 시나리오를 본 건 지난해 5, 6월이다. <주유소 습격사건> 때부터 워낙 우정이 있어서 박정우 감독님이 작품 들어간다니 준비하고 있었지. 우성이한텐 그쪽에서 시나리오를 준다는 걸 내가 전하겠다고 끼어들었다. 같이 하고 싶었으니까. 의외로 굉장히 반응이 빨라서 기뻤다. 내가 주면 우성이가 진지하게 한번 더 보지 않겠나 싶었다.

감우성: 그 영향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때까지 들어온 대본 중에 <쏜다>가 제일 나았다. 확실한 주제의식과 소신을 가지고 쓴 대본이었다. 거기다 같이 일을 할 경우 분명히 상승효과가 있을 수로가 마침 한다고 그러고. 박정우 감독님 역시 소신있는 분이라 생각했다. 내가 연기한 박만수는 평범한 남자다. 규정대로 살아야 모범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는 도시민. 일단은 가상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아니라 캐릭터를 실제처럼 믿게끔 만드는 게 중요한 숙제였다.

김수로: 나는 뭐, 시나리오 보기 전에 한다고 했다니까. (웃음) 일단은 1번, 신의를 지킨다. 2번, 필요한 배우들의 세팅이 너무 잘됐다. 양철곤은 전과 15범이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기존 이미지와 비슷한 배역이라 고민하진 않았다. 늘 입고 가는 옷이니까. 사실 이 캐릭터는 내게 100% 와닿았다. 그래서 마지막 연기는 한방에 끝내버렸다. 내가 그런 쪽 감성을 많이 갖고 있다. 아버지가 고등학교 시절 그렇게 돌아가셨고 나를 제일 사랑했던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사실 무식하면 그 상황을 돌파를 못해. 모험하는 게 아니라 상황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그런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연기하기 편했다.

감우성: 자기가 겪은 걸로 연기를 하면 투영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갑자기 다른 얘긴데 얼마 전에 <행복을 찾아서>를 보다가 한 장면에서 눈물이 나오더라. 사장이 윌 스미스에게 취업 통보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때 윌 스미스가 보여주는 표정 있잖나, 그건 진짜다. 그 상황이 너무 리얼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고. 거기서 선글라스를 딱 꼈다.

2. 조준_촬영장에서 생긴 일

김수로: 카체이싱 장면을 찍을 때는 4차선을 다 막았다. 우리도 이런 영화에 출연하는구나, 힘을 느꼈다. 원래 부산에는 무대인사 잘 안 가는데 이번에는 한번 갈 거다. 촬영 중에 부산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관계자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남대문이나 한강다리 등 큰 그림은 서울에서, 디테일한 신들은 부산에서 찍었다. 밤 촬영이 70% 정도였는데 힘들진 않았다. <흡혈형사 나도열>은 거의 100% 밤 촬영이다. (웃음)

감우성: 밤에만 일해 버릇하면 그게 적응이 된다. 애드리브도 있었는데 그런 장면에서 우린 약속을 안 했다. 감독님하고도 상의를 안 했다. 본인의 몫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게 배우들끼리의 호흡인 것 같다. 사실 <간큰가족> 때도 수로가 워낙 성격이 좋으니까 작업하기 편했다. 요번은 각자 맡은 부분을 책임지기 위해 상의하면서 그때보다 더 배우스럽게 일했다. <간큰가족> 때 어떤 단점이 있었다면 반복하지 말자. 지나치거나 부족한 연기는 미리 감지하자. 사실 이 영화가 감동을 전하려는 건 아니다. 웃기다가 감동으로 끝나는 그런 식상한 코드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니까. 수로가 박정우 감독님을 너무 좋은 분이라고 소개했는데 그건 수로 말이 맞다. 그런데 작업은 또 냉정했다. 나는 성이 안 차면 그렇다고 얘기하는데 한번도 마찰이 생긴 적이 없었다. 쉽게 얘기해 배우의 의견이 필요한 부분에선 배우를 존중하셨고 이건 감독님의 몫이다, 싶으면 철저하게 의지했다.

김수로: 중요한 건 신의다.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큰 은혜를 받았으니 써준 것도 감사할 뿐이다. 언젠가는 같이 작업을 해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수작이 나오길 바란다. 감독님은 원래 88학번인데 생일이 좀 빠를 거다. 우리도 그렇고 강성진씨랑 분장팀장도 그렇고 스탭 중에 개띠들이 많았지. 칙칙했다. (좌중 폭소)

감우성: 어쨌든 나이를 먹어갈수록 연륜이 쌓여서 더 좋아지는 게 정상이다. 할리우드에선 감독이나 배우들이 연륜만큼 대우를 받는다. 그런 흐름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건 결국 제 무덤을 파는 거다. 그리고 인터뷰용 에피소드는 준비한 게 없지만(웃음) 며칠 전에 PD하고 밥먹으면서 나눈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사실 이 영화의 제작비가 오버됐는데 제작사쪽에서 그걸 알면서도 자체적으로 떠안았다고 한다. 과잉 욕심이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 좀더 효과를 보기 위해 쓰인 돈이었다. 괜히 미안하기도 했고 굉장히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그 장면을 찍을 때 더 열정을 발휘했던 것 같다.

3. 쏜다_일탈에 관한 그들의 속사정

감우성: 뭐, 노상방뇨야 늘상. (좌중 폭소) 그거야 눈에 띄지 않게 저지르는 행위고. 누구나 그런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박만수, 양철곤 정도의 사건을 저지를 수도 있지만 그거보다 더할 수도 있다. 범죄자형 얼굴이 따로 있는 건 아니잖나. 오히려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이 결과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은 법이다. 다행히 내 의지로 일을 저지른 적은 없지만 나는 내 스스로가 좀 무섭다. 정말로 무서울 때가 있다. 언제 내가 홱 돌아버릴지. 어쨌든 가능하면 그런 행위는 영화에서나 벌어졌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살고 있다.

김수로: 한번도 없다. 노상방뇨는 남자들은 다 하지. 그건 일탈이 아니지. 큰 대로변 가운데로 휙휙 지나가는 사람도 있는데 그 정도는 큰일난 게 아니잖아. 술은 와인 몇잔이지, 뭐. 촬영 끝나고 방에서 이야기하면서. 감우성=예전에는 술을 과하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나에 비해 수로는 원래 술을 과하게 안 하는 스타일이다. 담배도 안 피운다. 나쁜 건 나만 다 한다.

김수로: 그런 사람이 오래 산다며? (웃음) 술, 담배 안 하면 빨리 죽는대. 예민해서. (웃음)

감우성: 착한 사람이 오히려 피해를 본다는 식의 주제에 대해선 일단 공감하는 부분을 확대해석해 연기를 한 게 사실이다. 우리 부모들은 전쟁을 겪은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교육열만 앞섰지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기판은 있지도 않았다. 지금도 정상적인 교육 과정이 이상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보장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입장을 만수에 투영했다.

4. 엄호사격_김수로와 감우성, 핫 앤드 쿨

김수로: 우리가 워낙 다르긴 하지만 사실 모든 사람이 다르다. (웃음) 서로간에 겹치는 작품들이 거의 없어서 더 친해졌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차승원씨라든지 뭐, 이렇게 같은 장르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안 친하잖아. (웃음) 특히 나는 우성이처럼 점잖고 깊이있는 친구들을 오히려 좋아하고 외양적이고 까부는 애들은 내가 더 재밌고 똑똑한 것 같아서 매력이 없다. (좌중 폭소)

감우성: 나도 한석규 형을 친형 이상으로 좋아하지만 같이 일은 안 한다. 대본이 들어와도 비슷한 역할로 들어올 확률이 있고 그런 게 없잖아 있다. 20대야 내 입맛에 맞으면 친구가 될 수 있는데 지금 우리는 낼모레 마흔 아닌가. 뭐랄까, 모든 걸 초월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할까. 나와 상반된 사람도 존중할 줄 알게 됐다.

김수로: 배우로서 감우성을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왕의 남자>를 보고 우성이한테 네가 내 친구인 게 자랑스럽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인간관계랑 배우로서의 자질은 함께 간다고 생각한다. 만날 만나는데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나만 찻값을 내면 좋겠나? 두번 샀으면 한번은 오는 게 있어야지. 우성이는 배우적인 측면에서도 보탬이 된다.

감우성: 나도 코미디 장르를 배제하고 일을 하진 않는다. 나 역시 톰 행크스를 모델로 했던 적이 있는데 수로의 코미디는 내가 추구하는 방향하곤 확연히 다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개성이 강해 배울 점이 있다.

김수로: 미국이 선진국인 이유는 칭찬 교육법을 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까는 교육법을 쓰거든. (좌중 폭소) 배우도 자기 최면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부터 할 이 연기를 전세계에서 김수로보다 잘하는 사람은 없어, 하고 자기 최면을 건다. 상대방을 볼 때도 얘는 최고야, 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친구도 안 된다.

감우성: 너무나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나는 그렇게 안 살아왔다. 하다못해 나 자신까지 늘 도마에 올려놓고 너의 문제는 뭐냐, 그런 식이었다. 사회에 대해서도 불평 불만의 퍼센트가 더 많았다. 그러니 수로의 긍정적인 성격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건 내 집사람도 마찬가지인데 두 사람은 항상 긍정적으로 얘기한다. 내가 뭘해도 잘했어, 하다못해 실수를 해도 그럴 수도 있지. 항상 최고로 좋을 때와 최고로 안 좋을 때를 대비하는 자세로 살다보니까 잘됐을 경우와 잘 안 됐을 경우를 미리 평가하는 자세가 습관이 됐다. 이 영화 잘됐다고 해서 내가 잘나간다는 식의 잘못된 최면은 안 걸겠다. 수로에겐 내게 없는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있다.

5. 다시 장전_내일을 향해 쏴라

김수로: 2006년은 행복한 한해였다. 거기다 결혼도 했으니 사람의 삶에 있어 반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반을 살았다면 님과 같이 반을 살아야 하니까. (웃음) 조·단역으로 반을 살았다면 주연과 조연을 오가면서 또 반을 살아야 한다.

감우성: 나 역시 물론 좋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으니까. 내리막을 걸을 각오를 하고 오르막을 기대하고 있다. 또 한번 <왕의 남자>처럼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으려니 기대하면서. 그리고 결혼하기 전엔 나 자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투자했는데 결혼한 이후는 짜증이 날 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집사람한테 초점을 맞춘다. 집에 있으면서 하는 일이 다 집사람을 위한 거다.

김수로: 와이프와 나는 공교롭게도 10년 넘게 사귄 사이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고 적고가 그다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남들처럼 뜨거운 신혼이랄까, 이런 게 아니라 우리는 계속 웜이야, 웜. 웜이 제일 좋잖아. 따뜻하지. 노래도 있잖아. 따뜻 따뜻, 따뜻 따뜻.

감우성: 진짜 있어, 그런 노래가?

김수로: 응. DJ D.O.C가 불렀어. 그리고 이건 처음 말하는 건데 5월 말부터 장규성 감독하고 영화 찍을 것 같다. 멜로긴 하지만 로맨틱코미디가 아니라 코믹멜로다. 코미디적 요소가 있는 멜로. 나는 우선적으로 재미난 작품을 하고 싶다. 영화는 정말 사랑하는 애인과 같아, 이상형과 같아. 이상형을 매번 만날 수는 없다. 늘 이상형을 꿈꾸지만 아닌 사람도 만날 수 있다. 근데 찍으면서 정이 들고 또 그러면 그 사람이 이상형이 된다. <잔혹한 출근>은 내 이상형은 아니었지만 찍으면서 가장 이상형에 가까워졌다.

감우성: 나는 아직 확정된 계획이 없다. 계속 대본을 보곤 있는데 어려움이 있다. 사실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을 일일이 나열하긴 어렵다. 물론 기본적인 패턴은 있겠지. 감독과 작가가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 본다든가. 나는 처음에는 속독으로 읽는다. 그리고 하루 지나서 반드시 다시 본다. 왜 이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지, 얄팍한 상술인지, 아니면 마음에서 우러난 건지 분석하는데 일단 순수한 게 느껴지면 다시 본다. 거기에 까다롭다는 표현이 적합한진 모르겠다. 사실 당연히 해야 할 수순을 밟고 있는 거다.

김수로: 우성이가 만약 드라마를 하면 기대해도 좋다. 내가 깜짝 출연을 하기로 했다. 1, 2회 정도. 돈 많이 주면 3, 4회 정도.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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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성 스타일리스트 윤상미·헤어 니키(정현정 파라팜)·메이크업 정임(정현정 파라팜)·의상협찬 송지오 옴므 김수로 스타일리스트 권성진·헤어 정애라(0809 헤어살롱)·메이크업 허정선·의상협찬 랄프 로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