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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이미지의 연속 <캐쉬백>
김도훈 2007-05-02

별 볼일 없는 내러티브와 별 볼일 있는 이미지의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

단편을 장편으로 만드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감독 숀 엘리스는 단편의 앞뒤에 새로운 이야기들을 덧붙이면 볼 만한 장편영화가 나올 거라 믿었던 것 같다. 그는 슈퍼마켓 근무의 지루함을 몽상으로 극복하려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18분짜리 단편에 84분 이야기를 더해 102분짜리 장편으로 늘리는 모험을 해냈다. 귀차니즘의 메커니즘이라고나 할까. 미술대학생 벤(숀 비거스태프)은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건 좋게 말하자면 하루에 8시간이 더 추가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슈퍼마켓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벤은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시간을 멈추는 상상을 시작하고, 여자 손님들의 나체를 스케치하는 환상을 즐기다가 아르바이트 동료인 샤론(에밀리아 폭스)에게 빠져든다.

단편이 통째로 포함된 처음 절반은 꿈같은 이미지와 재기발랄한 슬랩스틱의 연속에 기분이 나른해진다. 그러나 나머지 이야기는 잘해봐야 꿈과 사랑을 쟁취하는 전형적인 십대 틴에이저영화의 뒷물이며, 미셸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처럼 막나가는 유아적 상상력의 재기도 별로 없다. 하지만 영화가 꿈같은 이미지의 연속이라 믿는 사람들에게 <캐쉬백>은 볼 만한 치기다. 사진작가 출신 숀 엘리스는 자신이 일해온 젊고 쿨한 패션지 <I.D>나 <The Face> <Dazed and Confused>를 위한 화보를 찍듯이 이미지를 주조해냈다. 정작 영화에는 약인지 독인지 모르겠지만 움직이는 화면보다는 정지된 화면이 좋고, 심지어 슈퍼마켓 바닥에 쏟아진 냉동 완두콩마저 패션지의 스냅 화보처럼 탐스럽다. 정말이지 영화의 1/3 정도는 모조리 컷바이컷으로 잘라내 벽에 붙여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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