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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판타스틱한 네 영웅의 새 모험담
황수진(LA 통신원) 2007-05-09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의 제시카 알바 등 네 주인공과 팀 스토리 현지 인터뷰

캘리포니아의 하늘은 4월 내내 늘 흐렸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했던 LA의 4월 마지막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라운드 테이블에는 시사회 없이 네명의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의 주연 배우들인 제시카 알바, 이안 그러퍼드, 마이클 치클리스, 크리스 에반스와 감독인 팀 스토리가 참석했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의 전반적인 인상은 ‘젊고 친근하다’였는데 감독과 배우들이 마치 또래 친구들처럼 서로 몰려다니며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눈에 그려졌다.

감독 팀 스토리 인터뷰

할리우드에서 그다지 많지 않은 흑인 감독으로 부담과 책임을 느끼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자리에 있는 팀 스토리 감독. 블록버스터 규모만큼이나 수많은 자아를 조율해야 하는 환경 속에 있었을 그는 털털하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1편의 상업적인 성공으로 작업 환경이 전편에 비해 많이 수월해졌을 것 같은데 어떤가. =그렇다. 아무래도 스튜디오가 이전보다 훨씬 신뢰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1편 제작 때에는 제작자들의 촬영장 방문이 꽤 잦았는데, 이번에는 한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도 그냥 잠시 들러서 인사하는 정도. 동시에 나 역시 그들에게 익숙해졌다는 점도 느끼고 있다. 이제 스튜디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이를테면, 누구는 특히 와이드숏을 좋아한다거나 등등 각자의 취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찍을 때, 가능하다면 염두에 두고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감독으로서 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소개되는 캐릭터인 실버 서퍼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실버 서퍼는 100%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원작 그대로 재생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인 작업이었다. 웨터 디지털은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에서 판으로 분했던 더그 존스의 몸동작과 움직임을 참고로 실버 서퍼 제작을 했고, 실버 서퍼의 목소리는 <매트릭스>의 모피우스로 유명한 로렌스 피시번이 맡았다. 목소리에 약간의 변형이 가해져서 듣자마자 바로 로렌스 피시번이라고 알아차리기는 힘들 것이다. 1편이 각 캐릭터들의 소개나 배경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은 이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을 중심으로 A에서 Z의 순차적인 흐름을 따라 전개되어가는 서사 구조를 따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순차적 구조를 좋아한다.

제시카 알바 인터뷰

각종 매체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로 꼽혔다는 제시카 알바를 기다리는 기자들은 그녀를 만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들 무척 설레는 듯했다. 비단 기자들뿐 아니라 같이 작업한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팀한테도 그녀는 특별했는데, 그들에게 그녀는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예쁜 여형제 같은 존재인 듯했다.

-<판타스틱4…>의 수 스톰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수 스톰은 어린이에게 역할 모델을 제공해준다. 여자 아이들에게는 닮고 싶은 영웅상을, 남자 아이들에게는 언젠가는 함께하고픈 그런 존재이다. 매우 고전적이고, 약간은 범생이 같은 면이 있으면서 엄마같이 포근한 면이 있는 캐릭터다. 내가 그런 역을 맡았다는 것이 두고두고 즐거웠다. 특히 어린이들이 나를 알아봐줄 때 기분이 좋다.

-다음 작품을 통해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얼마 전에 로맨틱코미디 <굿 럭 척>을 마쳤고, 눈이 보이지 않는 바이올리니스트 역을 맡은 호러영화인 <디 아이>를 찍고 있다. 그러고보니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기 위해 정말로 끊임없는 노력과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이번 여름이 지나고 나면, 유럽 여행을 하면서 잠시 쉴 계획이다.

-좋아하거나 눈여겨보는 다른 여배우들이 있다면. =메릴 스트립, 조디 포스터의 영화는 꼭 보러 간다. 아, 그리고 내털리 포트먼의 영화도. 그들은 각각의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능숙하게 해낸다. 어떤 경우에도 상대 남자배우에게 밀리지 않고 화면을 장악한다는 점도 참 좋다. 화면에서 그들은 언제나 살아 숨쉬고 있다.

-방금 언급했던 조디 포스터나 내털리 포트먼은 학업을 위해 잠시 연기를 중단하기도 했다. 학업을 계속했었더라면 하는 생각은 들지 않나. =나와 그들은 처해 있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그들에게는 학교로 돌아가도 다시 그들을 받아줄 수 있을 만큼의 입지가 있는 존재들이었다. 내게 그런 사치는 주어지지 않았다. 학교를 계속 다녔더라면, 나는 <다크 엔젤>을 하지 못했을 테고, 그랬다면 나는 영영 연기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크리스 에반스 인터뷰

불의 전사인 쟈니 스톰으로 분한 크리스 에반스는 언제나 그렇듯이 반듯하게 정장을 입고 들어섰다. 최근 대니 보일의 <선샤인>에 출연하기도 했던 그는 정확하게 자신이 향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고 있는 배우이다.

-쟈니 스톰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코믹북을 읽고 자라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밖에 나가서 뛰어노는 스타일이었으니까.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비중이 커지면서, <판타스틱4…>의 성공은 쟈니 스톰으로 나를 해외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감사한 부분이다. 파파라치가 나를 따라다니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기 때문에 따로 어떻게 나를 알릴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큰 수확 중 하나이다.

-<판타스틱4…>에서 쟈니가 1편에 비해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달라졌다기보다는 1편이 2년 전이니까 그를 둘러싼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이 정확하다. 쟈니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멤버들과 늘 티격태격한다. 확실히 다소 이기적이며 아직 철이 없는 면이 있다. 그런데 이제 리드와 수가 결혼하게 되고 벤 그림에게는 알리시아가 있으니까, 혼자 남겨져버린 셈이다. 이제 스스로 성장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코믹북의 캐릭터와 당신이 연기한 캐릭터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원작의 캐릭터와 다르다면 내가 내 역할을 제대로 못해낸 것이다. 원작을 최대한 그대로 반영하려고 원작 코믹을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다 .

-특별히 좋아하는 캐릭터는. =당연히 <스타워즈>의 한 솔로다.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어땠나? <선샤인> 에서도 겪어본 과정이겠지만. =아니다. <선샤인>에서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할 일은 거의 없었다. 사실 배우로서 처음 그린 스크린 앞에 섰을 때 대개 우왕좌왕해질 수밖에 없다. 대체 이 장면이 무엇에 관한 것이고, 후반작업 이후 완성된 화면에서는 무엇이 나를 둘러싸고 있을 것이며, 어떤 컴퓨터그래픽들이 합성되어 집어넣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그리고 그 혼란스러움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배우인 나는 보이지 않는 최종 장면 속에서 어떤 연기를, 어떻게 잘해내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래서 그린 스크린 촬영에서는 감독, 컴퓨터그래픽팀, 배우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무척 중요하다.

이안 그루퍼드 인터뷰

역시 짙은 색 정장을 입고 등장한 이안 그루퍼드(<킹 아더>). 이번 인터뷰의 모든 참가자들은 전체적으로 예의바르다는 인상이었는데, 이안 그루퍼드는 그중에서도 가장 성실한 편이었다.

-1편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가. =본질적으로 이 영화는 액션영화이다. 2편은 1편에 비해 컴퓨터그래픽의 힘을 빌려 훨씬 강화된 액션을 보여준다. <탑건>의 톰 크루즈가 했던 비행조종 연기 등을 해보게 되어서 즐거웠다. 1편을 통해 캐릭터들이 이미 소개되었기 때문에 그를 바탕으로 캐릭터들의 모습들을 좀더 깊이있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런던에서 LA로 옮긴 지 꽤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헐리우드에서의 삶은 어떤가 . =무척 만족스럽다. LA는 내게 차고에 두대의 차가 나란히 주차되어 있는 여유로운 교외의 삶과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할리우드라는 영화 공동체를 의미한다. 20대의 배우에게 런던이 최고의 도시였다면, 이제 30대인 내게는 LA가 맞는 것 같다.

마이클 치클리스 인터뷰

마이클 치클리스의 주위에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두 어린 딸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여느 아버지처럼 행복해하는 사람 좋은 이웃집 아저씨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촬영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특수효과 분장을 하고 있던 당신은 그때 무척 괴로워 보였다. =1편 때에는 정말 그랬다. 괴롭다는 것을 지나 몸에 해롭다라는 편이 정확한 표현이다. 얼굴 분장만 하는 데 3시간 넘게 걸렸는데다가 일단 슈트를 입게 되면, 촬영이 끝날 때까지 벗을 수 없었다. 땀에 찌든 채로,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상태로 버텨야 했다. 그래서 1편을 끝내고 나서 과연 또다시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2편에서는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일단 메이크업에 걸리는 시간이 1시간 반으로 줄었고 언제든지 끼었다 뺄 수 있는 슈트로 바뀐 것이다. 여전히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편한 것은 감수할 수 있는 정도다. 게다가 1편을 통해 한번 겪어보았기 때문에 제작진들은 내 촬영분이 들어가기 바로 1시간45분 전에 분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정확하게 스케줄링해주었다. 엄청난 발전이었다. 2편이 끝나고 나니, 이 정도라면 3편은 전혀 문제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스튜디오의 블록버스터들은 코믹북의 슈퍼영웅물이 대세다. 어떤 이유라고 생각하나. =독특하고 반짝이는 시나리오는 요즘 TV에서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가정마다 부쩍 커져버린 TV화면 덕에 집에 앉아서도 감상하는 데 불편함이 없지 않은가. 영화 제작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니까, 스튜디오의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받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 좀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안전하게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이미 팬층이 존재하는 코믹북 시리즈들이 계속 제작되는 것이고. 그러나 기본적으로 할리우드는 자신들이 만들고 싶어하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슈퍼영웅물에 대한 관객의 수요가 있으니까 제작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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