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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초상 <알래스카>
최하나 2007-07-18

잿빛 뒷골목에 그려낸 10대들의 초상.

부모의 이혼 뒤 어머니와 함께 살던 사비나(야나 팔라스케)는 어머니에게 연인이 생기면서 쫓겨나듯 아버지의 집으로 향한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그에게 에디(프랑크 드뢰제)가 도움을 주고,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어느 날 사비나는 살인 현장에서 도망치는 에디의 친구 미샤(토니 블루메)를 목격하고, 미샤는 에디에게 사비나를 제거할 것을 종용한다.

베를린 외곽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알래스카>는 영화 제목인 지명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파이프라인을 짚으며 “알래스카에서는 길을 잃으면 이걸 따라간대”라는 대사로 짐작할 수 있듯 그것은 방향을 상실한, 알래스카와 같이 서늘한 삶의 자리를 일컫는다. 도시 하층민에 속하는 <알래스카>의 아이들은 거리의 법에 종속되어 있다. 학교 담장 밑에서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고, 소년은 밥값을 충당하기 위해 구걸과 절도를 일삼는다. 학교폭력에 관한 뮤직비디오를 찍다가 영화를 구상했다는 감독은 10대의 음울한 초상을 현란한 스타일의 영상으로 구성했다. 카메라는 클럽과 지하실로 숨가쁘게 이어지며 그들만의 공간을 뒤쫓고, 깨어질 듯 거친 입자의 화면 속에서 인물들은 종종 실루엣으로만 표현된다. 어둠에 묻힌 이들의 모습은 화첩을 옮겨놓은 듯 아름답게 포착된 정경과 충돌하며 아이러니를 극대화한다. 중반 이후부터 극의 흐름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고, 비극을 강조하기 위한 몇몇 설정들은 작위적인 구석이 있다. 하지만 시각적인 창의성과 비전문 배우들의 사실적인 호흡은 그 흠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생동감을 부여한다. 독일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바이에른영화제 신인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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