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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구성상의 빈약함 <디 워>
주성철 2007-08-01

대낮의 LA 도심을 가로지르는 CG의 뜨거운 쾌감 뒤에 찾아오는 서늘한 구성상의 빈약함

심형래 감독의 7년 만의 신작 <디워>는 <용가리>(1999)로부터, 혹은 더 멀리 영구아트의 창립작이기도 한 <영구와 공룡 쮸쮸>(1993)로부터 이어지는 심형래식 한국형 SF의 현재형이다. 그것은 또한 <용가리>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 심형래가 직접 ‘영구’로 출연한 이전 영화들은 특수효과와 더불어 그 특유의 개그가 반반씩 섞인 구조였다면, 말 그대로 ‘영구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용가리>와 <디워>는 할리우드의 뒤를 좇겠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블록버스터급 특수효과 영화를 지향하고 있다.

LA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를 취재하던 이든(제이슨 베어)은 정체불명의 비늘을 보고 회상에 잠긴다. 어렸을 적 잭(로버트 포스터)에게 옛 한국의 전설을 들었던 그는 그것이 이무기의 것임을 직감한다.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기 위해서는 여의주를 지닌 처녀를 제물로 삼아야 하는데, 과거 승천에 실패했던 이무기가 다시 LA에 나타난 것. 잭은 여의주를 지닌 세라(아만다 브룩스)를 찾아내고, 악한 이무기 ‘부라퀴’의 추종세력 또한 LA로 몰려와 거대한 전쟁이 벌어진다.

대부분이 야간 전투신이었던 <용가리>와 비교하자면, 대낮의 LA 도심을 질주하는 <디워>의 시각적 성취는 한국영화로서는 분명 선두에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할리우드와 경쟁하겠다는 그 야심이 무모한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산업의 취약한 기반 위에서 그 300억원의 야심 자체가 신기루로 보인다는 데 있다. 무릇 경쟁이란 서로 주고받는 것일 텐데 <용가리>와 <디워> 사이 7년이란 긴 시간은 너무나 고독한 개인의 전쟁으로 비쳐진다. 관습적인 말로 ‘장르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디워>는 분명 격려받을 시도임이 분명하지만, 앞으로도 그 허기가 차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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