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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함축된 ‘게이적 시선’ <영원한 여름>

게이와 그의 친구들이 겪는 사랑과 우정의 성장통

여자 하나에 남자 둘이 벌이는 삼각관계라면 무엇이 상상될까? 당연히 두 남자 사이의 승강이가 연상되겠지만 한 남자가 게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색다른 삼각형이 등장하는 <영원한 여름>은 퀴어영화이기도 하지만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는 동안 우정과 사랑 사이를 고통스럽게 넘나드는 미묘한 관계가 세 남녀 사이에서 펼쳐진다.

감독은 전반부에서 대만의 권위주의적 정치 분위기를 연애 관계에 숨겨진 비극적 씨앗과 결부한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은 반장인 캉쩡씽(장예가)에게 문제 학생인 위쇼우헝(장효전)의 ‘특별수호천사’가 되어 바른길로 인도하라고 제안한다. 두 남학생 사이의 관계는 “선생님이 정해준 것”이다. 고등학생 캉쩡싱과 여학생 훼이지아(양기)가 가까워지게 된 계기 또한 경직된 학교 처벌 문화이다.

줄거리는 캉쩡씽이 친구 위쇼우형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아픔에 못 이겨 피폐해지는 과정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가 재수생의 처지로 입시 스트레스를 겪는 반면 위쇼우형과 (캉쩡신이 과거에 사랑을 거절한) 훼이지아는 대학에 진학하여 사랑을 나눈다. 캉쩡씽의 속도 모르고 위쇼우형은 친구로서 그를 끈질기게 찾아간다. 영화의 묘미는 위쇼우형이 추구하는 ‘우정’이란 것이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미 우정을 초과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카메라의 시선인지, 캉쩡씽이 바라는 바가 전치된 것인지, 아니면 위쇼우형의 잠재적 성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행동은 마치 게이가 게이에게 구애하는 것 같다. 훼이지아의 역할 또한 미묘하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녀의 사랑은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의 대립을 확립하는 결과를 낳는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정과 사랑이라는 겉과 안은 서로 분리된 채 연결되어 있다. 꼭짓점에 위치한 한명이 다른 꼭짓점에 도달하면 그 점 위의 사람은 다른 곳으로 이미 흘러가 비어 있는 형국이다.

화면의 색채와 구도는 이상적이고 순수하다. 그러나 이러한 ‘잡음없음’은 오히려 영화를 깊이없고 상투적인 예쁜 그림 안으로 떨어뜨린다. 카메라를 쳐다보는 엑스트라는 옥에 티라 쳐도, 이야기의 전개와 대사는 예측 가능하고 중복되는 감이 있다. 개성있는 외모의 양기와 두 꽃미남으로 세 남녀주인공을 감독이 배치한 것은 카메라에 함축된 ‘게이적 시선’에 걸맞은 것이다. 이들의 연기는 대만에서 이미 입증되었고 실제로도 훌륭하다. 특히 제43회 대만 금마장(2006) 신인남우상을 받은 장예가의 연기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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