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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로 간 일본 호러 <펄스>
최하나 2007-08-22

할리우드로 간 일본 호러, 특수효과를 입고 공포를 벗다.

<펄스>는 <링> <그루지> <다크 워터> 등 일본산 호러영화에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온 할리우드가 구로사와 기요시의 2001년작 <회로>를 모태로 탄생시킨 또 하나의 리메이크다. 최근 아시아영화 수입·배급전문 레이블 ‘드래곤 다이너스티’를 런칭하고 2600억 상당의 아시아영화 펀드를 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웨인스타인 형제가 장르영화 제작사 디멘션 필름스를 통해 일찌감치 판권을 구매해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본래 웨스 크레이븐 연출에 커스틴 던스트 주연으로 2002년 제작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마침 <링>의 리메이크가 개봉하면서 아류작의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제작이 취소됐고, 3년 뒤에야 재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 사이 감독은 광고계 출신인 짐 손제로로 대체되었고, 주인공 자리는 TV시리즈 <베로니카 마스>와 <로스트>로 주목받기 시작한 신예 크리스틴 벨과 이안 서머홀더에게 돌아갔다.

컴퓨터 앞에 붙어서 생활하던 대학생 조쉬(조너선 조커)는 어느 날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때부터 친구들에게는 메신저를 통해 “도와 달라”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친구들이 하나둘, 자살을 하자 조쉬의 여자친구 매티(크리스틴 벨)는 그의 컴퓨터를 사들인 제프(이안 서머홀더)를 찾아가 함께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복잡다단한 제작의 곡절을 반영하듯 <펄스>는 원작의 맛을 살리는 데에도, 제대로 공포의 정서를 유발하는 데에도 성공적이지 못하다. 자극적인 이미지와 악령의 연쇄적인 등장은 심장보다는 눈을 찌르는 깜짝 효과에 치중하고, 그나마도 음악의 고조를 동반한 식상한 리듬 탓에 쉽사리 김이 빠진다. 괄목할 만한 특수효과의 도약이 공포의 도약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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