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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기대작] 장준환 감독의 <타짜-리벤저>

복수의 시간이 찾아왔다

장준환 감독의 책상 위에는 카드 뭉치가 놓여 있었다. 신작 <타짜-리벤저>의 구상을 위해 필리핀에 있는 카지노를 5주간 견학하고 왔다는 게 생각나, 실력이 많이 늘었냐고 물었더니 그는 대답하기를 “노력은 하는데 잘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웃음) 사람마다 합이 있나보다. 어떤 사람에게는 항상 이기는 데 어떤 사람에게는 또 항상 안 되더라”며 웃는다.

그리고보니 지나치듯 한 이 말이 사실은 영화의 내용과 관계가 있다. 기발한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 이후 준비 중인 두 번째 영화 <타짜-리벤저>는 ‘어떤 사람에게는 항상 안 되는 누군가’가 기어이 상대방의 모든 걸 빼앗으면서부터 시작되는, 비틀린 관계와 욕망이 불러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부터 함께 단짝 친구로 지내온 장태영과 박태영, 일명 장태와 박태. 언제나 모든 천운과 함께 살아가는 장태에게 노력파 박태가 시기심을 가지면서 박태는 악마처럼 변해가고, 결국 장태의 모든 걸 빼앗아 그를 나락으로 빠트린다. 그 뒤 전문 도박사로 변신한 장태가 박태를 향해 다시 복수의 칼을 가는 것이 영화의 원작이 된 허영만의 <타짜 4부-벨제붑의 노래>의 내용이다. “활극 내지 복수극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장준환 감독은 밝힌다.

아직 완성된 시나리오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내가 자라오면서 느낀 우리나라의 기억할 만한 시대의 아이콘, 그때의 정서를 영화 앞부분에 많이 담아볼 생각이다. 스토리상으로는 중반부까지 거의 비슷하겠지만 뒤로 가면 확실히 좀 다른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결말도 원작과는 달라질 것 같다”는 것이 지금의 구상이다. 한편 캐릭터에 관해서도 “드라마 자체가 강한 이야기니까 좀더 치열하고 목표가 분명한 그런 인물들이 될 것 같다”고 설명한다. 1부에 비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원작 4부의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의 고심도 있다.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더 매력적으로 이야기의 핵심에 둘 것인가 하는 게 고민 중 하나다. 원작에 나온 여성 캐릭터들은 약간 올드한 느낌을 주는 구석이 있어서. (웃음) 아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거나, 아니면 남자들의 대결 구도로만 갈 수도 있다.” 여성 캐릭터의 면모에 따라 <타짜> 1편에 등장했던 인물 중 일부가 재등장할 수도 있다고 한다.

가장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타짜-리벤저>가 담을 시간이다. “드라마적으로 해석할 때 복수의 시간이란 굉장히 다르게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재미있고 즐거우면 시간이 금방 가지만, 지루하고 고통스러우면 시간이 느리게 가지 않나. 그런 느낌들을 영화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장태와 박태의 심리적인 타임라인을 따라가는 영화가 될 것 같다”며, “저속과 고속 촬영을 사용”할 의사도 밝혔다. 장준환식 복수의 시간, 그건 과연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Key Point: 드라마

“재기발랄 혹은 독특한 양식만 좇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는 것 같은데, 항상 그런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밥과 된장찌개가 중요한 거고 거기에 맛을 내기 위해 향신료가 들어가는 거다.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드라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아무리 영화가 스타일리시해도 드라마가 허술하면 보는 사람을 계속 끌고 가지 못한다.” <지구를 지켜라!>의 놀라운 상상력 때문에 그 영화가 갖춘 탄탄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많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장준환 감독에게 드라마는 언제나 가장 먼저 고려되는 중요한 기초공사며, <타짜-리벤저>에서 그 정통의 드라마를 추구해볼 것이라 예고한다. “물론 상상력이 섞이겠지만, 통상적으로 볼 때 드라마적으로 잘 짜여진 영화라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만한 이야기와 인물이 상상력과 잘 섞였으면 하는 게 지금 희망사항이다. 이 영화는 이야기 구조상 <몬테크리스토 백작>하고 비슷한 면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특히 <태양은 가득히>가 자꾸 생각난다. 그 영화는 정통의 드라마가 있으면서도 약간 묘하지 않나.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런 느낌을 살리고 싶다”고 한다.

제작 싸이더스FNH 촬영 예정 2008년 초 개봉 예정 2008년 중 예상 제작비 60억∼7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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