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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한국인, 스스로의 이야기 <박치기! Love & Peace>

활력과 비애의 불꽃! 그것이 박치기다. 이게 부족하다.

1970년대가 왔다. 전편 <박치기!>에서 60년대 교토를 활보하던 조선의 젊은 주먹이자 재일 한국인인 안성(이사카 &#49804;야)은 이제 교복을 벗고 성인이 되었으며 어린 아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도쿄로 이주한 뒤 동분서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내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다. 그 즈음 동생 경자(나카무라 유리)는 우연히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연예인의 길을 걷게 된다. 안성과 경자의 현재 이야기가 전개되는 사이, 그들의 회상을 통해 안성의 아버지 진성(송창의)이 어떻게 징병거부와 탈영을 거듭하다 고향땅 제주도를 떠나 일본에 정박하게 되었는지가 덧붙여진다.

<박치기! 러브&피스>는 전편과 많은 부분 다른 시도를 한다. 연출은 여전히 이즈쓰 가즈유키가 맡고 있지만 그 밖의 주요 역은 모두 다른 배우들로 교체되었다. 캐스팅의 여건을 제외하더라도 새로운 배역의 힘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한 제작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편에 비해 그리 성공적이지 않다. 각 인물의 입체감도 현저히 떨어지고 인물들간의 팽팽했던 교류감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한편 이야기의 주된 화법은 일본인이 바라보던 재일 한국인의 이야기에서 재일 한국인이 말하는 스스로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이런 시도 자체에 문제가 있을 리 없지만 이 사이에 실종한 게 <박치기!>에서 보여주었던 그 예상치 못한 활력과 비애의 불꽃이다. 더 진지하고 정성스러워진 주제의식 때문이라고 말하는 편이 쉬운 대답이겠지만, 그보다 구조 전반에 관한 배열과 조율의 문제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쪽이 더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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