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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더스FNH] 4부작 싸이더스 연대기
이영진 2008-03-13

우노필름에서 싸이더스FNH까지 그들이 걸어온 길

우노필름 (1995∼1999)

<8월의 크리스마스>

우노필름이 두각을 나타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돈을 갖고 튀어라>(1995)를 창립작으로 <깡패수업> <비트> 등을 내놓았던 우노필름은 3년째 되던 1997년에 이미 ‘으뜸’(uno) 제작사가 됐다. 연간 제작편수에서도, 타율에서도 우노필름은 첫손에 꼽혔다. 4명의 라인프로듀서와 함께 동시에 2편 촬영도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했고, 신인감독의 특별한 재능을 먼저 발견했으며, 시류와 차별화된 기획으로 승부했다. <모텔 선인장> <8월의 크리스마스>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을 내놓은 1997년은 상업영화와 작가영화 사이에 ‘차승재표’ 영화의 도래를 알린 해이기도 했다. <태양은 없다> <유령> 등을 내놓았던 1999년까지 우노필름은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울 만한 ‘대형 홈런’을 치진 못했지만 1등 제작사라는 신뢰를 축적하는 데는 성공했다. 삼성영상사업단과 일신창투라는 당시 메이저 전주들이 ‘우노필름’이라는 브랜드를 편애한 것은 당연해 보였다.

싸이더스 (2000∼2002)

<무사>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의 도래와 함께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후퇴하고, “죽느냐 사느냐” 제작사들이 기로에 섰지만, 우노필름은 뒤이어 들어온 금융자본의 수혜를 맨 먼저 입었다. “연간 6∼8편을 제작하겠다”는 의지는 1999년 무한창투 등이 출자한 100억원 규모의 차승재 펀드 결성으로 이어졌고, 당시 배급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콘텐츠 확보에 애쓰던 강우석 감독의 시네마서비스와도 손잡았다. 제작 명가로서의 단단한 입지와 위상은 2000년 벤처 기류와 접속하면서 큰 변모를 겪는다. 영화 제작뿐 아니라 음반, 매니지먼트, 드라마 등을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싸이더스로 거듭난 것이다. 자본과 스타를 거느린 싸이더스는 안정적인 콘텐츠 제작에 더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노크하는데, 이 시기 나온 영화가 합작 형태로 만들어진 <봄날은 간다> <무사> 등이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수익을 좇는 자본의 변덕은 더욱 심해졌고, 2001년 로커스는 시네마서비스까지 계열사로 포함시킨다. 그리고 이듬해 여름, 로커스홀딩스와 시네마서비스가 합병법인 플래너스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른바 “팽을 당한” 싸이더스는 음반과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을 맡을 싸이더스HQ와 분리되기에 이른다.

싸이더스픽쳐스-싸이더스(주)영화사업부 (2002∼2004)

<살인의 추억>

홀로 서기가 쉽진 않았다. 게다가 수익률 악화로 모두들 휘청거리는 2002년이었다. “연간 5∼6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싸이더스를 받아들일 여력을 가진 파트너는 없었다. 2002년 싸이더스는 <정글쥬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로드무비> 등 3편만을 제작하는 데 그쳤다. 2003년 들어서도 악재는 멈추지 않았다. 플래너스엔터테인먼트와 CJ가 공생 관계를 공생 약조로 이어나갔고, 이 과정에서 시네마서비스에 밀린 싸이더스는 또 한번 ‘물’을 먹게 된다. 2003년 4월은 특히 잔인했다. <지구를 지켜라!>의 참담한 흥행 성적은 모두를 경악게 했다. 그러나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역전 드라마 <살인의 추억>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에서만 2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은 <살인의 추억>에 이어 <싱글즈>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2004년 초에는 <말죽거리 잔혹사>까지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우노필름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각오가 만들어낸 영광이었다. 콘텐츠의 힘으로 싸이더스는 다시 회생했고, 보안전문업체 시큐리콥을 만나 그동안 졌던 부채까지 떨어냈다. 싸이더스픽쳐스로 이름을 바꾼 뒤 <범죄의 재구성> <늑대의 유혹> <슈퍼스타 감사용>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역도산> 등을 내놓았던 2004년은 영화공장으로서 위세를 가장 떨쳤던 시기였을 것이다.

싸이더스FNH (2005∼현재)

<라듸오 데이즈>

메이저 투자·배급사들과 비교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며 제작에 몰두하던 싸이더스픽쳐스는 2005년 전후로 새로운 기반 마련에 나선다. 그리고 그 상대는 이동통신사였다. CJ, 롯데, 쇼박스 등 메이저 3사가 라인업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을 암묵적으로 중지한 상황에서 싸이더스는 좋은영화와의 합병을 통해 “연간 10편 이상의 제작이 가능한” 초대형 제작사로 변신했고, 이를 통해 콘텐츠 생산을 위한 교두보 마련이 절실하던 KT의 계열사가 된다. KT에 싸이더스FNH 지분 51%를 내어주고 280억원을 출자받았고, 곧바로 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200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신규 투자작 결정을 미루며 신중한 행보를 취했으나 하반기부터 <용의주도 미스신> <라듸오 데이즈> <트럭> <킬 미> <1724 기방난동사건> 등 5편의 제작에 연달아 착수했으며 숙원 사업과도 같던 배급업에까지 진출한 상태다. 영화 제작 외에 공연, 드라마 등의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며 DMB, IP-TV, 와이브로 등 뉴미디어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