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한국애니메이션의 신천지를 열어라
2001-11-09

편집중인 <마리이야기>, 70%완성된 <원더풀 데이즈> `사상 최고의 완성도` 기대 속에 막바지 작업중

<마리이야기> 내년 1월13일 개봉, <원더풀 데이즈> 내년 여름 개봉. 그런데, 벌써 영화게가 들썩이고 있다. 한국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다시 쓸, 최고작이 한해에 연거푸 나오리라는 섣부른 기대마저 나오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이처럼 색다른 질감의 이미지와 상상력의 국산 장편애니메이션을 만나기까지, 우리는 참으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제작된 장편애니메이션 가운데 주목할 만한 시도가 없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외국 작품의 하청 위주로 창작 기획이 턱없이 부족한 제작환경과, 소비층이 얇고 시장규모가 협소한 국내 장편애니메이션의 척박한 토양에서, 이렇게 기존 애니메이션의 틀을 깨고 관객에게 구애를 펼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애니메이션의 주된 흐름으로 자리잡은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지만, <마리이야기>와 <원더풀 데이즈>가 빚어내는 이미지의 세계는 어딘가 낯설다. 아담한 어촌 소년의 일상과 신비로운 소녀에 대한 환상이 만난 <마리이야기>는 원색이라곤 거의 없는 파스텔 색조와 3D 배경까지 2D로 재손질한 영상이 한없이 부드럽고, 환경이 파괴된 미래사회에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청춘들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원더풀 데이즈>는 셀과 미니어처, 3D와 실사 등의 다양한 질감이 녹아든 화면이 실감나게 입체적이다. 장편애니메이션이라고는 셀이나 3D 컴퓨터그래픽의 질감 정도에 익숙한 관객을 본 적 없는 이미지의 여행으로 이끄는, 어찌 보면 무모할 수도 있는 실험. 단편애니메이션에서 회화적이고 서정적인 이미지로 자기 색을 다듬어온 이성강과 광고 및 무대영상에서 다채로운 질감의 애니메이션 실험을 계속해온 김문생, 두 감독의 시각적인 개성이 살아난 작품은 기존 장편애니메이션과는 또다른 표현력을 가꿔가는 매력적인 시도다.

또한 두 작품은 장편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문 성공사례인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 같은 인기 캐릭터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로봇액션 같은 공식을 벗어나 있다. 물론 아이와 유령의 판타지를 다룬 <또또와 유령친구들>, 좀더 폭넓은 관객층을 고민한 <아마겟돈> 같은 작품들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온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10대와 20대 초반의 관객을 고려한 작품은 드문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블루 시걸>처럼 노골적으로 ‘성인용’이란 포장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마리이야기>나 <원더풀 데이즈>에서 애니메이션은 적어도 관객층을 구분짓는 장벽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화술일 뿐이다. 대신 정식 배급라인을 물색해둔 만큼, 더이상 어린이회관과 변두리 소규모 극장을 전전하는 방식으로 개봉되지 않는 2편의 귀추를 눈여겨볼 만하다. 따져보면 <마리이야기>와 <원더풀 데이즈>를 주목하게 되는 것은, 기존 방식과 다르다는 차이 자체가 아니라 차이가 가져올 파장이다. 남다른 이미지에 대한 폭넓은 탐색이 표현의 영역을 자꾸만 넓혀가고, 애니메이션이란 형식이나 관객에 얽매이지 않는 이야기가 삶의 더 많은 환상과 일상을 담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랄까. 그런 점에서 <마리이야기>와 <원더풀 데이즈>는 반갑고 귀중한 시도다. 내년 초와 여름,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어쩌면 국산 애니메이션의 ‘원더풀 데이즈’를 앞당겨줄지도 모르는.

황혜림 blauex@hani.co.kr▶ 한국애니메이션의 신천지를 열어라

▶ 이성강 감독의 러브환타지 <마리 이야기>

▶ <마리 이야기>등장인물과 스탭

▶ 김문생 감독의 미래 SF <원더풀 데이즈>

▶ <원더풀 데이즈>등장인물과 스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