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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영화제용 러프 컷의 탄생 비화

칸에서 미완성 러프 컷을 상영하게 된 이유

<2046>

올해 칸영화제의 공식 경쟁부문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미완성 영화들이 상영됐다. 옛날 옛적에는 영화의 감독판이란 영화가 상영되고 몇 십년 뒤에나 나오는 것이었다. 올해의 칸에는, 그러나, 아마 다시는 볼 수 없을 감독판들이 먼저 상영되었다.

공식 경쟁부문의 영화 중 클린트 이스트우드, 빔 벤더스, 스티븐 소더버그 영화들은 영화제 일주일 전까지 여전히 후반작업 중이었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예상치 않게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바람에 영화사 파테는 제시간에 영화를 마치기 위해 마지막까지 진땀을 빼야 했다.

미완성 러프 컷을 상영하게 된 칸의 이력은 2004년 왕가위의 <2046> 때부터가 아닌가 한다. 그때는 바짝 긴장한 영사기사에게 간신히 시간에 맞춰 그나마도 한번에 릴 하나씩이 전해졌다 한다. 그러나 미완성 영화를 칸에서 상영하는 관습이라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칸에 이처럼 많은 영화들이 미완성으로 도착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8월에 개막하는 베니스영화제가 월드 프리미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만약 김지운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칸에서 상영되지 않았다면 베니스는 그 영화가 7월에 한국에서 국내 개봉한 뒤 다소 격이 떨어지는 심야상영 부문에 초대했을 것이다. 김지운의 오리엔탈 웨스턴을 본 몇몇 비평가들의 입소문은 강력하다. 하지만 그들이 리뷰를 쓴 영화의 인터내셔널 버전은 이번 여름 한국에서 개봉할 버전과는 다를 것이고 가을의 영화제들에서 보여질 버전은 또 다를 것이다.

마켓에서라면 아직 미완성인 영화를 바이어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영화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다음번 세일즈 기회를 잡으려면 6개월 뒤인 아메리칸 필름 마켓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예를 들면, 마켓에서 공개된 논지 니미부트르의 <랑카수카의 여왕들>은 타이에서 8월에 개봉되기 위해 재편집될 것이다. 다른 예로, 진가신의 <명장>은 마켓에서 두개의 다른 버전으로 상영됐다. 아시아 극장판과 미국 공동제작자가 편집한 좀더 짧은 인터내셔널 버전. 이 영화는 원래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의 오프닝으로 결정됐지만, 제작자들이 어떤 버전을 상영해야 할지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마켓은 프레스와 일반 관객을 배제시킬 수 있는 통제된 공간이다. 영화가 미완성인 채로 영화제 공식부문에서 상영된다면 영화는 그때 얻은 악평에서 다시는 회복될 수 없다. 그 결정적인 예가 (칸 이후 편집된 버전으로 본다면 제법 괜찮은) 악명 높은 빈센트 갈로의 <브라운 버니>다.

제작자들은 이제 비평가들을 고집불통의 감독들에게 보내는 거친 사랑의 메신저로 사용한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상영된 중국 감독 유분두의 <오션 플레임>은 진실성이 떨어지고 반복적이라는 기자들의 비평적 합의 탓에 영화제 직후 137분의 러닝타임에서 32분을 제거하는 대형 외과 시술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된 원인을 탐욕스러운 제작자와 구제불능인 감독들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들 역시 관객, 프레스 그리고 영화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은 성급하게 영화들의 초청을 결정해버림으로써 해당 영화들이 영화의 역사에서 적절한 자리를 찾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우연히도 칸영화제의 폐막작은 배리 레빈슨이 감독하고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한 <왓 저스트 해픈드?>였다. 이 영화는 선댄스에서 다른 버전으로 이미 상영된 바 있다. 그처럼 <오션 플레임>도 9월 토론토영화제에서의 부활전을 노리고 있다.

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