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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가족 이야기 <크로싱>
박혜명 2008-06-25

영화적 매력 지수 ★★☆ 주제에 담긴 진심 지수 ★★★☆ 아역배우 신명철이 눈에 밟히는 지수 ★★★★★

<크로싱>은 탈북자 가족의 이야기다. 2002년 탈북자 25명이 베이징 주재 스페인대사관에 진입한 사건에서 시작해 크고 작은 탈북자들의 실화로부터 태어난 <크로싱>은 가난과 굶주림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그들의 사활 건 도주를 한 가족의 이야기로 집약해놓았다. 함경도에 사는 용수(차인표)는 평범하고 모범적인 북조선 인민이다. 도대표 축구선수로 활약해 수령님의 훈장까지 받았고, 열한살 난 아들 준이(신명철)와 아내(서영화)를 먹여살리기 위해 탄광에서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가족의 생활은 궁핍을 벗지 못한다. 둘째를 임신한 아내가 결핵으로 눕자 용수는 약과 밥을 구하기 위해 중국행을 결심한다. 집에 남은 아내는 죽고,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아버지처럼 국경을 넘는 여행을 시작한다.

이 가족 멜로의 슬픔은 사실 너무 빤하다. 아버지와 아들은 모두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고, 그들의 길은 엇갈렸으며, 타국 한복판에서 길을 잃은 그들은 나약한 개인이라 재회를 위한 어떤 수단도 동원할 수가 없다. 용수와 준이는 너무 착한 사람들이었다. <크로싱>은 삶의 최소한의 조건을 필요로 한 ‘죄’로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이별을 하게 된 가족의 이야기이고, (신파) 멜로의 장르적 장치와 관습에 처음부터 끝까지 충실한 영화다. <늑대의 유혹>(2004)과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을 떠올리면 알겠지만 김태균 감독의 장기 중 하나는 공식에 따른 무난한 멜로 연출이다. <크로싱>은 이 무난한 연출력과 착한 진심의 각본이 만나 슬픔을 함부로 다루지 않았을 때 나올 만한 영화다. <크로싱>은 개인들의 비극을 야기한 사회에 대해 고찰할 줄 모르고 그것을 어려워하지만, 무기력한 한탄 대신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마음을 움직인다.

무난한 대중영화로 만들어진 <크로싱>에서 가장 ‘작가주의적인 방식’으로 슬픔을 내재화한 배우가 있다면 준이를 연기한 신명철이다. 충북 영동 출신의 순박한 시골소년은 (정식 연기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어서인지) 아역배우들의 요란하고 징그러운 테크닉 대신 꼿꼿한 자세 속의 묵묵한 눈빛으로 비애를 받아들이고 표현한다. 탈북자라는 소재 자체의 인도주의적 의미 때문에라도 <크로싱>에 대해서는 박한 평을 내리기가 좀 어렵지만, 신명철의 존재는 그런 인색한 마음을 완전히 접게 하는 또 하나의 큰 이유다.

몽골의 고비사막과 초원, 중국 요령성의 옥수수밭 등을 스크린에 담은 <크로싱>은 때때로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풍광과 그에 걸맞는 음악으로 서정성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준이와 미선(주다영)이 노을 하늘 아래 자전거로 갈대숲을 가르는 장면은 줄거리 진행상 가장 의아한 대목이지만 가장 곱고 예쁜 순간이기도 하다. 준이가 굴다리 아래에서 비를 맞으며 돌을 공 삼아 축구놀이 하는 장면도 마찬가지. 빗물처럼 흐르는 첼로 이중주의 선율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TIP/ <크로싱>의 북한 마을 재현은 북한을 제외한 여러 곳의 오픈세트 제작을 통해 이뤄졌다. 국내에서는 강원도 영월 마차리에 세트를 지었고, 현지 주민들이 북한 주민들의 생김과 닮았단 이유로 몽골의 울란바토르 근교 비이요 마을에도 세트를 지었다고. 영화의 미술을 담당한 김현옥 미술감독은 <동갑내기 과외하기> <늑대의 유혹>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등을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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