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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마음 이해하기 <아기와 나>
강병진 2008-08-13

애 앞에 장사 없는 지수 ★★★★ 박명수가 이렇게 재미없었나 지수 ★★★★ 애 낳고 싶어질 지수 ☆

어느 날, 아기가 나타났다. 철부지 고등학생 준수(장근석)의 품으로 날아든 아기 우람이(문메이슨)는 당신이 아빠라며 젖을 달라고 떼를 쓴다. <아기와 나>의 첫 번째 궁금증은 준수가 이 아기의 친아빠가 맞는가, 그렇다면 친엄마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세상은 <주노>의 사려깊은 동네와 다르다. 준수는 아기의 친엄마를 찾기도 전에 학교에서 정학을 맞고 어른들에게 멸시당해야 하며, 인스턴트 우유는 입에 대지도 않는 우람이를 위해 젖동냥을 다녀야 한다. 심지어 준수의 부모는 아기가 나타나기 전에 사고만 치는 아들을 혼내겠다며 가출한 상태다. 그런데 학교를 나온 준수는 ‘갑자기’ 제대로 된 아빠 노릇을 하기 시작한다. 우윳값을 벌기 위해 호스티스들에게 아기를 맡기고 단란주점 웨이터 생활을 하는 등의 갖은 고초를 겪은 끝에, 그는 비로소 자신을 키운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한다.

<아기와 나>의 설정은 <돈텔파파>의 시작과 다르지 않다(유흥업소에서 아기를 키우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준수가 학교를 비롯한 사회에서 받는 편견의 시선은 <제니, 주노>의 태도와 비슷하고, 부잣집 킹카 아들의 일격 승부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권상우가 보여준 것이다. 난데없는 아기의 출현으로 벌어지는 익숙한 사건들을 모아놓은 <아기와 나>에서 친부와 친모를 찾는 게임은 중요치 않다. 극중 대사를 빌리자면, “너랑 똑같은 놈 낳아서 똑같이 속 썩어보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게 영화의 가장 중요한 맥락이다. 그러나 주된 갈등상 준수가 도대체 왜, 어떤 계기로 어엿한 아빠로 거듭났는지가 묘연한 것은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이다. <마이키 이야기>처럼 아기의 내면을 더빙으로 들려주지만,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박명수의 까칠한 입담을 유머로 보기도 어렵다. 준수의 부모, 그리고 준수의 같은 반 친구인 별이의 부모가 난데없이 어울리고, 또 다른 학생과 선생님들의 이야기에 눈을 돌리는 등 TV시트콤 같은 인물 구성 또한 산만하다. 그나마 <아기와 나>에서 마음이 쏠릴 구석이 있다면, 우람이를 연기한 생후 13개월짜리 배우 문메이슨의 표정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을 때면, 그 순간 영화의 단점들도 잊혀지는 마법을 부린다.

Tip/ <아기와 나>의 김진영 감독은 <순풍산부인과>를 비롯해 <여고시절> <오렌지> 등의 TV시트콤을 연출한 방송사 PD 출신이다. 지난 2004년 <돈텔파파>를 연출한 이상훈 감독도 KBS에서 <유머 일번지> <코미디 하이웨이> <쇼! 비디오자키> 등을 연출한 PD 출신 감독. 게다가 그 역시 시트콤 <여고시절>을 연출했었다. 비슷한 경력을 가진 두 감독이 역시 비슷한 소재로 데뷔한 점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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