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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관통한 상실의 교훈 <나오코>
정재혁 2008-09-17

스포츠 관람 지수 ★★★ 청춘배우 상큼 지수 ★★★★ 꽃미남 발견 지수 ★★★★

천식을 치료하고자 요양차 시골에 간 나오코(우에노 주리)는 가족과 함께 배를 탄다. 바닷바람을 즐기며 기분전환을 시도해보지만 뜻하지 않게 날아간 모자가 나오코를 바다에 빠뜨린다. 다행히 함께 배에 타고 있던 한 남자가 바다에 뛰어들어 나오코를 구해내지만 갑작스레 불어온 바람은 남자의 목숨을 앗아간다. 배에 부딪혀 바닷속에서 목숨을 잃은 남자. 그는 나오코가 눈을 떼지 못한 채 바라봤던 소년 유스케(미우라 하루마)의 아빠다. 이후 나오코는 죄책감 속에서 살아간다. 건강을 되찾아 육체적으론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만 그의 마음은 어린 시절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오코는 6년 만에 유스케와 재회한다. 유스케는 역전 마라톤대회 우승을 꿈꾸는 육상선수고, 나오코는 평범한 여자 고등학생이다. 하지만 둘은 모두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육상부 감독의 도움과 나오코의 결심으로 나오코는 육상부 매니저가 되고, 나오코와 유스케의 불편한 생활이 시작된다.

<나오코>의 인물들은 모두 과거에 묶여 있다. 이루지 못한 꿈, 가족을 잃은 아픔, 누군가에 대한 죄책감. 당사자인 나오코와 유스케는 물론 육상부 감독인 니시우라(쇼후쿠테이 쓰루베)도 과거 선수 시절에 미련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오코>의 마라톤은 자기 치유의 의미를 갖는다. 유스케가 별다른 이유없이 역전 마라톤에서 이기겠다고 두손을 불끈 쥐는 모습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 어찌하지 못하는 상처에 대한 자기 투쟁이고, 나오코가 유스케 곁을 다시 찾은 이유는 이루지 못한 사과의 또 다른 시도다. 연출을 맡은 후루야마 도모유키 감독은 청춘의 풍경을 바탕으로 인생의 일면을 보여준다. <로보콘> <안녕, 미도리짱> 등 그의 전작이 주로 젊은이들의 화창한 성장담을 그렸다면 <나오코>는 청춘을 관통한 상실의 교훈을 담았다. 육상부 멤버들의 갈등과 그들의 자기 싸움이 다소 인위적이고 성의없는 드라마로 채워진 부분은 아쉽지만 120분의 긴 상영시간을 굵고 진한 감정선 하나로 완성해낸 점은 훌륭하다. 특히 30분 넘게 이어지는 마라톤 장면은 배우들의 육체에 달라붙어 그들의 땀방울과 고민을 담는다. 무엇보다 우에노 주리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사카타 노부히로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tip/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담담한 곡조의 발라드가 흘러나온다. ‘당신이 여기에 있다면’이란 의미의 노래 <あなたがここにいたら>.9년차 록밴드 포르노 그라피티의 곡. <아폴로>란 제목의 첫 싱글이 대히트를 기록하며 주목받은 2인조 남성 그룹으로, 2004년 발매된 베스트 앨범은 200만장 넘게 팔렸다. 깨끗한 음색과 부드러운 멜로디가 매력적인 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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