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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과 사랑을 오가는 두 남녀 <남주기 아까운 그녀>
박성렬 2008-10-08

운명의 장난 지수 ★★★★ 모나한의 들창코 매력 지수 ★★★★ 안녕 시드니 폴락 지수 ★★★★

사랑은 영원히 학문으로 정리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무엇이다. 남녀관계를 둘러싼 갖가지 예측은 항상 빗나가고 목도하게 되는 것은 항상 뜻밖의 결과다. 그에 비해 단순해 보이는 우정 역시 급작스러운 모략과 배반으로 서로에게 총과 칼을 겨누게 만든다. 하물며 우정과 사랑을 오가는 <남주기 아까운 그녀>의 두 남녀는 어떻겠는가. 대학의 할로윈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해나(미셸 모나한)와 톰(패트릭 뎀지)은 자신들조차 감정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10년이라는 세월을 허송한다.

하여간 알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이 흐른 뒤 둘은 친구 이상 애인 이하의 기묘한 관계로 지내고 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미지수로 가득한 사랑의 물리공식은 톰과 해나 사이를 연인의 관계로 엮는다. 겨우내 ‘같은 여자와 이틀 이상 함께 자지 않는’ 바람둥이 톰이 해나를 두고 가슴앓이를 하기 시작할 무렵, 해나는 스코틀랜드의 왕족과 눈이 맞아버린다. 톰은 이 기묘한 운명에 애간장을 태운다. 10년 전의 경박한 태도를 버리고 진지한 얼굴로 “사랑한다”고 읊조리지만, 그 대상은 이미 다른 남성에게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다. 운명 앞에서 가망없는 톰의 분투는 웃음을 자아내고 애잔한 감동을 빚어낸다.

<남주기 아까운 그녀>는 <그레이 아나토미>의 패트릭 뎀지와 <미션 임파서블>의 미셸 모나한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영화다. 필모그래피가 화려할 뿐 아니라 지성과 활달함의 아름다움을 함께 갖춘 두 배우는 로맨틱코미디에 꽤 잘 어울린다. 그러나 <남주기 아까운 그녀>는 훌륭한 두 배우의 경력과 <미스터 빈> TV시리즈와 <블랙 애더>의 극장판을 감독한 폴 웨일랜드의 경력에 비추어 너무 뻔한 로맨틱코미디 같다. 영화는 10년지기 친구와 급작스러운 결혼상대를 논리적으로 비교하는 대신 우연에 기대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그 결과물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랑처럼 다소 터무니없다.

tip/영화에서 톰의 바람둥이 아버지로 나오는 인물은 할리우드의 명인 시드니 폴락이다. 2007년 8월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던 시드니 폴락은 촬영 뒤 2008년 5월 세상을 달리했다. <남주기 아까운 그녀>는 그의 살아생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유작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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