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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토모 나라의 1년을 뒤따른 다큐멘터리 <요시토모 나라와의 여행>
안현진(LA 통신원) 2008-12-24

기승전결 지수 ☆ 요시토모와 요시모토 구분 지수 ★★☆ 영화를 통한 전시회 관람 효과 지수 ★★★★☆

요시토모 나라의 이름은 몰라도, 냉소적인 표정의 소녀 그림은 본 적이 있을 거다. <요시토모 나라와의 여행>은 아티스트 요시토모 나라의 1년을 뒤따른 다큐멘터리다. 2005년 봄을 시작으로 계절이 한 바퀴 도는 동안 카메라는 2006년 요코하마에서 열렸던 개인전 <A to Z>의 준비과정을 부지런히 담는다. 제목의 ‘여행’이 무색하지 않게 요코하마에서 출발한 여정은 서울·히로사키·도쿄·뉴욕·런던·방콕을 지나 다시 요코하마로 돌아온다. <A to Z>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세계 곳곳에서 열린 전시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A to Z>는 작가의 전부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담은 기획. A부터 Z까지 26개의 ‘작은 방’을 만들어 그 안에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창작집단 graf의 도요시마 히데키가 런던에서부터 나라와 동행하며 ‘작은 방’ 제작을 협업했다. 나라의 전시(공간)에서 빠지지 않는 ‘작은 방’은 그에게 그림, 조각과 같은 표현방법의 하나이며, ‘초심자의 마음’을 갈구하는 그의 이상향이기도 하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성실하지만 지루하다. 좌절도 없지만 과장도 없다. 드라마가 부재한 이 영화의 미덕은 보이지 않는 땀방울 속 진심을 성실하게 전하는 것이다.

요시토모 나라는 ‘고독과 소외’가 그를 기른 8할이라고 한다. 예술을 제외하면 그는 많은 면에서 외부자처럼 서성인다. 아티스트로 인정받는 지금도 운이 좋았다고 말할 뿐이다. 영화의 초반, 2005년 서울에서 열렸던 전시회를 방문한 그는 강연회며 팬미팅에 참석한다. 선망의 눈길, 박수가 가득한 현장에서 그는 몰입이 어려운 눈치다. 팬들의 환호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듯 어색해하는 그는 “슬픈 생각이 들면 아저씨 이름을 불러요”라고 쓴 메모를 전한 7살 소녀만이 자신을 이해했다고 쓸쓸한 소회를 전한다. 자신의 만족이라는 엄격한 기준을 두고 아직은 저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침을 삼키는 나라는, 결국 함께 있어도 혼자일 수밖에 없는 예술가의 숙명에 대해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대중과 미술계의 러브콜로 인한 관계맺기를 통해 더이상은 냉소적인 아이를 그리지 않게 됐지만, 그는 대신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작품의 가능성을 얻었다. 정체하기보다는 변화하기를 반갑게 받아들인 그의 앞날에 기대를 걸게 하는 것, 한 걸음 뒤에서 무심하게 바라본 이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성취이기도 하다.

tip/ 내레이션의 주인공은 <나나> <좋아해>의 미야자키 아오이다. 동화를 읽어주는 듯 낭랑한 미야자키의 목소리는, 요시토모 나라가 즐겨 들었을 법한 비트가 강한 록과 어울려 자칫 늘어질 수 있는 다큐멘터리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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