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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실감나는 바다 속 은밀한 거래 <마린보이>
주성철 2009-02-04

synopsis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 천수(김강우)는 ‘한방’을 꿈꾸며 도박판에 뛰어들었다가 억대 빚을 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마약 비즈니스의 대부 강 사장(조재현)으로부터 빚을 모두 갚아주는 조건으로 위험한 제안을 받게 된다. 신종마약을 몸 안에 숨겨 바다 속을 헤엄쳐 운반해줄 ‘마린보이’가 되어달라는 것. 하지만 강 사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 도주를 시도하던 천수는 공항을 빠져 나가려는 순간 불법 도박혐의로 김 반장(이원종)에게 체포되고, 오히려 김 반장은 천수를 강 사장을 체포하기 위한 미끼로 이용하려 한다. 결국 천수는 제안을 수락하기로 결심하고 강 사장을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매력적인 유리(박시연)를 만나 순식간에 그녀에게 빠져든다.

바닷바람을 가르는 햇살 아래, 김강우의 매끈한 근육질 몸매와 심지어 자기 입으로 “난 뭐든 벗는 게 나아”라고 말하는 박시연의 육감적인 곡선, 그렇게 <마린보이>는 장르영화의 전형성을 밀어붙이는 스릴러영화다. 마약을 비닐로 싸서 삼키거나 항문에 은폐한 채 먼 바닷길을 가로질러 운반하는 ‘마린보이’라는 소재 역시 신선하다. 마린보이를 설명하는 도입부부터 ‘때깔’ 좋은 대부분의 바다장면도 감탄을 자아낸다. 보기 드문 수중촬영과 ‘바다 세트’로 완성된 ‘바다 속 은밀한 거래’ 역시 꽤 실감나게 담겨서 ‘해양 스릴러’라는 구호에 걸맞게 화면 구석구석 공들인 흔적이 근사하다. 그렇게 <마린보이>는 여러모로 칭찬받을 만한 시도다.

스릴러적인 측면으로 넘어가자면, 과정상의 추이를 짐작하는 것이 어려운 건 아니다. 의심 가는 인물과 아닌 인물, 그 관계의 진행과 역전 등 영화는 오히려 그 실마리를 관객에게 넌지시 일러주며 시작한다. 가진 패를 이미 드러내보인 채 여러 캐릭터와 진행상의 속도감으로 채우려 하는 것. 먼저 천수와 유리는 꽤 시선을 끈다. 자신이 처한 위기는 아랑곳없이 늘 거들먹거리는 천수와 팜므파탈인 척하는 유리는 둘의 로맨스와 별개로 그저 각자 매력적인 캐릭터다. 다만 천수의 분별없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대척점에 놓인 김 반장 캐릭터로는 이원종이라는 모험 대신 정말 전형적인 캐스팅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마 몇 억대의 빚을 지고서도 만사태평인 천수 캐릭터를 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캐릭터 외에 <마린보이>는 속도감으로 승부를 건다. 여기서의 속도감이란 빠른 진행이라기보다 지루하지 않게 여러 캐릭터와 장르를 숨가쁘게 오가는 데서 오는 속도감이다. 모두 각자의 비밀을 숨긴 채 로맨스에 빠지기도 하고, 카스턴트와 수중액션 등 근사한 액션의 물량을 선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전반부와 후반부의 이질화라는 측면에서는 지적할 만한 부분들이 남는다. 무엇보다 마린보이라는 소재 자체에 크게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존율이 제로에 가깝다는 특별한 소재를 취하고서도 단순히 스릴러적 구조의 미미한 요소로 다루는 건 아쉽다. 거기에다 해양액션을 표방한 만큼 인물들간의 대립과 다툼 외에 좀더 물량을 선보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렇게 <마린보이>는 좀더 살을 붙이고 싶은 소재와 구조를 지닌 영화다. 모처럼 지지부진한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장르적인 힘으로 질주하는 영화를 만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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