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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적 자긍심을 고취 <제독의 연인>
문석 2009-04-22

synopsis 제정 러시아의 말기, 제1차 세계대전을 맞은 러시아 해군은 독일과 힘겨운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해군에는 뛰어난 군인정신과 책임감으로 무장한 제독 알렉산드르 코르차크(콘스탄틴 카벤스키)가 있다. 독일 함선과의 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코르차크는 승전 파티장에서 부하 세르게이의 아내 안나 티미료프(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사랑이 채 익기도 전에 전황은 거세지고, 코르차크는 또다시 출정 명령을 받는다. 이 와중에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자 코르차크는 반혁명 전선의 선두에 선다.

<제독의 연인>은 최근 들어 활발하게 제작되는 ‘러시아 블록버스터’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2천만달러의 초대형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뭐니뭐니해도 거대한 스케일의 전투장면이다. 초반부 해전장면부터 후반부 적군과 백군의 처절한 육상전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묘사하는 전쟁은 매우 생생하며 박진감 넘친다. <제독의 연인>은 러시아 블록버스터의 신기원을 열었던 <나이트 워치>와 <데이 워치>의 기술적 진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러시아 안에서 할리우드 대작 <이글 아이>를 꺾고 3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데는 화려한 볼거리 외에도 다른 요소가 자리하는 듯 보인다. <제독의 연인>이 거듭 강조하는 바는 알렉산드르 코르차크라는 실존인물의 영웅성이다. 1차 세계대전 도중 발트해와 흑해 전투에서 혁혁한 공헌을 세웠던 그는 러시아 혁명의 심상치 않은 기운 속에서도 독일과 전투를 계속했으나 볼셰비키가 주도한 10월혁명이 일어나자 반기를 든다. 그는 볼셰비키의 적군에 맞서 백군을 이끌었고, 마침내 백군의 최고 지도자로 오른다. 하지만 혁명의 기세를 끝내 잠재우지 못해 눈밭에서 총살당한다. 이 영화는 알렉산드르 코르차크야말로 러시아를 살려내려 했던 진정한 애국자요, 진실한 지도자라는 점을 끊임없이 주장한다.

결국, “지금 러시아의 호전적이고 애국주의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 영화가 러시아 국내에서 굉장한 성공을 거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는 <버라이어티>의 코멘트처럼 <제독의 연인>은 푸틴 시대의 ‘강한 러시아’라는 슬로건을 반영하는 영화다. 17세기 폴란드와 러시아의 전쟁을 다룬 <1612>나 13세기 스웨덴과 러시아가 펼친 격전을 담은 <알렉산더: 네바의 전투> 같은 일련의 러시아영화처럼 <제독의 연인>은 러시아의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겠다는 이데올로기적 사명감으로 가득하다. 알렉산드르와 안나와의 로맨스가 영화 중간 시베리아의 동토 어딘가로 사라지는 건 당연한 귀결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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